본문 바로가기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

[매블14] 내가 뽑은 2021년 올해의 책(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야) 2021년 새해 목표는 2주 동안 책 1권씩 읽는 것이었다. 결과는 굳이 쓰지 않겠다. 이제는 책을 읽는 것보다 책꽂이에 꽂아 넣는 것이 행복한 것 같다. 덕분에 나만의 책장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지만 말이다. 책장의 책들을 '스윽(ssg)' 둘러보면서 읽은 책은 없지만, 또한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만의 2021년 올해의 책을 뽑아 보았다. 1. 대상 / 상훈: 모든 것이 좋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대학교 1학년, 작은 아버지 가족의 병간호를 하였던 그 해 여름에 나를 구원해 주었던 책이었다. 그 감동과 맛을 다시 새기고자 올해 다시 사서 읽어보았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여서 당황하였지만, 이것이 같은 책을 또 읽어야 하는 이유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2. 최우수상 / 상훈: 고마워, .. 더보기
[매블13] 겸사겸사 들렀어 - 금문교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솔직히 몰랐다. 샌프란시스코에 금문교라는 랜드마크가 있는 줄은. 출장 일정도 너무 짧았고 평소 스타일대로 관광 검색은 안 하는지라 업무만 하고 바로 복귀하려 하였다. 미국 출장 길의 마지막이 샌프란시스코였는데 이동 중 동행했던 분이 슬쩍 말을 건냈다. 금문교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라 기대가 된다고. 이 말인 즉슨 곧 그곳에 가봤으면 한다... 가 아니었겠나. 다행히도 만나뵌 분들이 말도 잘 통하고 협조도 적극적이어서 계획한 일정보다는 일을 좀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베어 브릿지 근처의 페리 빌딩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해산물이 유명하였다. 커다란 다리에 조명이 환하게 빛나고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었다. 미국에 오면 햄버거만 다양하게 실컷 먹자고 다짐했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더보기
[매블12]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김혼비 축구의 '추가 시간'을 부르는 용어는 꽤 다양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로는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이 있겠고, 그밖에도 로스 타임(loss time), 에디드 타임(added time), 엑스트라 타임(extra time)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지만) 스토피지 타임(stoppage time)이다. 스토피지 타임. 멈춰 있는 시간. 전광판의 시계는 멈춰 있지만 피치 위로는 시간이 계속 흐른다. 그 어느 때보다 밀도 높은 시간이. 앞으로 나의 축구도 그럴 것이다. 책 속 나의 이야기는 여기 멈추지만, 그 아래로 김혼비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여자 축구 리그가 있다. 당연한거다. 하지만 그 경기들은 모두 무료란다. 책을 읽.. 더보기
[매블9]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슈필라움 - 주체적 공간 / 독일어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실제 '놀이하는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교수였지만 이제는 화가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듯 보이는 김정운 작가의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 이 분의 집필한 대부분의 책은 다 읽었다고 생각한다. 왜냐, 우끼니까. 글쓰는게 참 재미있다. 재미만 있냐. 번아웃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초창기에 주창했을 정도로 앞을 보는 혜안도 새롭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2014.. 더보기
[매블10] 아, 나도 산타였어 언제부터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 않았을까.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회사 동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애기들이 산타를 아직 믿고 있냐는 것,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줘야 하는데 그럼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지 물었다. 호기심에 그냥 질문을 했는데, 의외로 대답은 다 똑같았다. 아직 나이들이 어리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아울러, 산타 역할을 굳이 할 것도 없이 미리 유치원에 선물을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유치원에서 산타할아버지에게 용역(?)을 줘서 대신 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 그말을 듣는 순간 2012년이 떠올랐다. 나도 한 때는 산타였던 시절을 말이다. 취업도 안 되어 청년 백수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피해가려 고민하던 때였다. 당시 고향의 영어 유치원에 선생 알바를 하.. 더보기
[매블8] 겸사겸사 들렀어 - 한국인만 봐도 좋아하는 우루과이 우루과이. 브라질까지는 어찌 참았는데 옆 동네니까 또 아니 갈 수 없었다(가라 하면 가야지). 다만, 세계지도의 오른쪽 맨 아래 구석에 위치한 이 나라는 정말 멀었다. 아니다. 가장 멀었다. 단지 떠오르는 단어는 2개만 있었는데, 경제 용어로 외우기만한 "우루과이 라운드"와 흡혈 축구선수 '수아레즈' 정도였다. 언제는 알아서 갔었나. 그냥 출장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쉽기는 하다. 애초의 짧은 일정이서도 둘러보기도 불가했지만, 이 흔치 않은 기회를 너무 쉽게 보낸 것 같다. 아쉽지만 남은 기억이라도 여기 남긴다. 우루과이 수도인 몬테비데오 공항에 내렸을 때는 첫인상은 굉장히 깔끔한 인상이었다. 해안가와 파란 하늘이 주는 청량함이 마음을 한껏 풀리게 해주었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일종.. 더보기
[매블7] 2021 올해의 문제소설을 몇 편 읽고서 매년 2월은 설렘이 있었다. 이상문학상을 누가 수상할지 궁금했고, 신문을 통해 이상문학상의 발간을 듣는 순간 서점에서 바로 책을 구매했다. 작품들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년 소장을 하면서 책장을 채웠다. 아마 김영하 작가가 '옥수수와 나'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던 해로 기억한다. 난데없이 책 디자인이 너무 촌스럽게 바뀌었다. 정말 옥수수 컨셉으로 책을 바꾼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 때로 생각한다. 이상문학상에 관심이 작아지면서 소설이란 분야의 마음도 점점 떠났던 거 같다. 박민규, 이기호, 김중혁의 작품들도 촉발되었던 '소설'이란 장르를 자기계발이나 에세이, 그리고 유뷰트 영상이 대신하였다. 그러다 책 제목이 흥미로워 다시 소설책을 집어들었다. '올해의 문제소설'이란다. 대학때도 이 소설.. 더보기
[매블6]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INFJ 입니다만 INFJ. MBTI란 심리 검사에 결과였다. 검사를 담당하였다는 강사는 부서원들 성별에 맞춰 조를 나눴다. 내 성격은 우리 부서원 7명 중에는 같은 사람이 없었다. 나 혼자였다. 부장님 포함, 외향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명난 사람 3명은 내 왼쪽에 앉았고, 조용하고 열심히 일만하는 직원 2명은 내 맞은편에 한 그룹으로 자리했다. 일단, 같은 성격이 없다는 것에 뭔가가 있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슬쩍 본 맨 뒷장의 종합 설명지에는, 예수, 마더 테레사, 히틀러 등을 비슷한 유형으로 들어 놓았다. 예수님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검사지의 설명은 대략 이러했다. 일단 긍정적이란다. 일을 할 때 부정하기 보다는 할 수 있다고, 해보겠다고 한단다(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