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브라질까지는 어찌 참았는데 옆 동네니까 또 아니 갈 수 없었다(가라 하면 가야지). 다만, 세계지도의 오른쪽 맨 아래 구석에 위치한 이 나라는 정말 멀었다. 아니다. 가장 멀었다. 단지 떠오르는 단어는 2개만 있었는데, 경제 용어로 외우기만한 "우루과이 라운드"와 흡혈 축구선수 '수아레즈' 정도였다. 언제는 알아서 갔었나. 그냥 출장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쉽기는 하다. 애초의 짧은 일정이서도 둘러보기도 불가했지만, 이 흔치 않은 기회를 너무 쉽게 보낸 것 같다. 아쉽지만 남은 기억이라도 여기 남긴다.
우루과이 수도인 몬테비데오 공항에 내렸을 때는 첫인상은 굉장히 깔끔한 인상이었다. 해안가와 파란 하늘이 주는 청량함이 마음을 한껏 풀리게 해주었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일종의 해양 도시 느낌이다. 해안가를 따라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부러울수가 없었다. 다만, 아니러니하게도 해산물보다는 고기를 더 많이 먹었다. 남미 지역이 육류의 값이 싸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손님의 입장이어서 고기를 많이 대접받았던 거 같다. 도착하자마자 가장 첫 식사는 의외로 한인 식당에 갔다. 참고로 2019년 기준, 몬테비데오의 한인 식당은 딱 2곳만 있었다.
우루과이도 독립의 역사가 있었다고 하며, 독립광장과 아르티가스라는 전쟁 영웅의 동상(우리로 치면 이순신 장군님의 동상)이 있다. 이 분의 위령소도 따로 있는데, 우린 그곳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다. 독립광장 주변이 몬테비데오의 대표적인 중심지이며, 오래된 종교적 건물들과 현대의 고층빌딩들이 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또한, 독립광장에는 독립문 같은 벽돌문이 달랑 하나가 있는데, 지금은 이런 문이 이것 하나만 남았다 하였다. 여길 지나면 해안가의 시장으로 이어진다. 해안 시장은 제주도 공항에 내렸을 때의 이국적인 풍경이 기억에 남는데, 이곳에서 자석 등 기념품을 사고, 와이파이가 잘 된다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셨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이곳 사람들도 음주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야외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2차는 클럽(?)과 비슷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 주의할 것이 우루과이의 야외 치안은 그렇게까지 안전하지 않다고 하니 기억해야겠다. (무슨 용기로 그 시간에 싸돌아 다녔는지) 술을 마시며....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며 다들 놀라고 좋아했다. 한,중,일 국가 중 아무래도 남미는 일본 쪽의 영향을 빨리 받은 거 같았다. 시작은 곤니찌와로 대화를 걸어오는데, 한국인이라하면 놀라고 다들 좋아했다. 한국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이 먼 나라까지 온 이방인이 신기하고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해서, 우루과이에 있는 동안 사람들에게는 환대를 받았다.
현지 한국인분께 우루과이는 어디를 가면 되냐고 여쭤봤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휴양 마을이 따로 있다고 한다. 몬테비데오에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는데 '푼타 델 에스테'를 말씀하셨던 것 같다. 어차피 가지도 못할 곳이라 그냥 가볍게 들은 게 지금은 후회된다. 또한 우루과이는 LGBT에 대한 개방적인 국가로서 동성혼도 허용한 국가다. 몬테비데오에서 비교적 쉽게 전용 카페를 방문할 수 있다. 3일째 마지막 날에는 해안가의 '몬테비데오'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도시의 이름으로 만든 조형물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이게 꼭 둘러볼 장소로 나왔다. 세계청소년대회로 우루과이를 방문한 브라질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다시 갈 기회는 아마 없을 것 같다. 아쉽지만 그래서 더 기억나는 우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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