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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찬

충동 충동 두 번째 새해가 진짜 새해이듯 인생의 참된 결정도 두 번째에 이뤄진다. 특별히 10~20대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다. 두 번째 결정에 대한 비밀 하나를 일러주려 한다. 우선 담담하게 수긍해야 할 진실이 있다. 인생은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인생은 불공평하다. 예컨대 재벌 집안에 태어난 것은 오로지 우연이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번득한 직업을 갖는 것도 수많은 우연의 귀결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훈계와 달리 인생은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다. 고시원에서 밤잠 설쳐가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이 재벌 3세보다 덜 노력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노력은 성취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인생은 우연에 의해 툭툭 끊어져 있다. 그 사이를 어떻게든 이어붙이려는 노력은 첫 번째 결정과 관련이 있다. .. 더보기
칼의 프레임과 활의 프레임 칼의 프레임과 활의 프레임 광화문 사거리에서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폭발했다고 생각해보자.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시내버스는 '느닷없이' 폭발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정비 불량이다. 정비사가 졸았다. 과로 때문이었다. 정비사 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운수회사가 정비사들을 해고한 결과다. 회사 적자 때문이었다. 대중교통 부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줄면서 적자가 쌓였다. 지자체로선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줄어 어쩔 수 없었다. 중앙정부 예산은 엉뚱한 곳에 쓰였다. 부자들한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정권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이를 '칼의 프레임'으로 다루면, 사고의 주범은 정비사다. 정비사만 감옥에 갈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적개심만 깊어진다. 원인이 제거되지.. 더보기
삶을 지배하는 것 삶을 지배하는 것 삶을 지배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기억이다. 현실에 눈감을 수는 있지만, 기억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그것을 뻘밭과 같다. 헤어나려 해도 놓아주지 않는다. 컴컴한 진흙이 덩이를 이뤄 발목에 꽉 매달린다. 기억은 현실보다 힘이 세다. - 만리재에서, 안수찬, 한겨레 1110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