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즈베키스탄

당신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당신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황 나제즈다' 이름을 출석부에서 받았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몽롱하다. '황'은 한국의 성이요, '나제즈다'의 러시아 이름 사이에서 간극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메울수도 없었다. 그녀의 이름을 보았을 때 느낄 수 없었던 고려인이라는 존재가 얼굴과 목소리에서 피어났다. '아, 고려인.' 우리나라가 우즈베키스탄을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고려인이 아니겠는가. 고려인을 가르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랬었는데 마지막 학기에 난 시험에 든 기분이었다. '황'과 '나제즈다'사이의 오랜 시간의 흐름을 넘어 한국어를 가르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2과부터 난감함에 봉착했다. 주제가 '나라'였기 때문이다. 고려인 학생을 만났을 시 가장 염려가 되는 수업이었다. 잔인하게도 상상이 현실이 되.. 더보기
아아, 밭 가는 김태희는 갔습니다 아아, 밭 가는 김태희는 갔습니다 이쯤에서 많은 이들은 참을성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 이놈이 언제 우즈베키스탄의 '밭 가는 김태희' 존재 여부를 확인 시켜 줄지, 타는 목마름을 느낄 것이다. 진정들 하시라. 이제 그 질문에 답변을 드릴테니! '우즈베키스탄' 하면 우리의 머리 속에는 자동 검색어로서 '장모님의 나라'와 '밭 가는 김태희'가 생성된다. 그리고 그 존재 여부 및 신성한 간증을 기대한다. 그 결과를 '광고 뒤에 공개한다' 농담치면 이제 혼날 것 같아 말씀드린다. 밭 가는 김태희, 없다는 것이다. '정말'이라 묻는다면 정답은 아니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하고 싶다. '증거'를 대라하시면, 이 답변을 위해 자타가 공인하는 우즈베키스탄 최고의 한국인 지역전문가*와 토론을 거쳐 나온 것이라 말씀드린다. '.. 더보기
두껍아 두껍아 새집말고 헌집이라도 두껍아 두껍아 새집말고 헌집이라도 해외봉사활동단원은 정말 돈을 하나도 받지 않을까.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원은 그렇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인(?) 활동비, 주거비, 정착지원금을 지원받는다. 활동비는 매달 지급받는 일종의 일비이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월별로 약 200~300달러 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이게 기억이 안 나다니!) 주거비는 월 300달러이다. 단원 시작 시 250달러였는데 상향 조정되었다. 이 두 개의 비용은 모두 현지에서 받게 된다. 수도 단원이었기 때문에 해외사무소에서 3개월마다 수령받으러 갔다. 정착지원금은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정착을 위해 매달 개인 통장으로 지급되는 돈을 말한다. 2010년 당시 월 40만원이었는데 2011년부터 월 50만.. 더보기
태권무라니! 태권무라니! 우즈베키스탄에 온 2월말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된 현지적응훈련의 끝은 발단식이었다. 일종의 졸업식이자, 이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지에 파견되어 나름의 목표를 펼치는 다짐식이다. 그런데 우리 동기들은 이 발단식 준비를 무려 국내교육원 시절부터 계획을 하였다는 놀라운 사실! 교육원 시절, 나름 험악한 외모 덕분에 기수 사이에서 반항아로 분류되었던 나에게 여자 국장(즉, 반장)은 강력한 어조로 말하였다. 우리 기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문화공연단 활동을 할 것이고, 한국문화공연단 활동은 태권무 공연이 될 것이니, 그 태권무 공연의 처음 시작을 이 발단식에서 하겠다는 것이었다. 농담인 줄 알았다. 김건모 노래처럼 농담처럼 진담인 듯 건냈다는 사실을 곧 알 수 있었다. 당시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봉사활동.. 더보기
다 사람 사는 곳 다 사람 사는 곳 여행, 미지로 향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표현 밖에 없는 것 같다. 콩닥거리는 심장은 몸 전체에 피를 뿜어대고, 그 에너지는 전신에 공급되어 몸을 앞으로 항해하게 한다. 다만, 봉사활동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알 수 없는 그곳에서 2년 동안 살아야하였다. 알려진 정보도 없었기에 걱정은 배가 되었다. 누구는 추워서 얼어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 하였고, 생필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두 싸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민 가방의 제한 무게는 25kg, 이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까가 봉사단원들의 지상 과제였다. 선배 단원과의 연락은 마치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고, 그들의 조언은 바야흐로 복음이었다. 걱정되는 것이 한 둘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해결될 문제랴. .. 더보기
아! 독재주의십니까? 아! 독재주의십니까? 40분째 경찰 영화에서나 보았던 취조실에 앉아 있는 중이다. 노랑 전구 하나의 불빛으로 겨우 맞은편 경찰의 얼굴을 가늠할 수 있었고, 뭐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데 도대체 이게 러시아어인지, 우즈벡어인지, 아니면 영어인지 분간이 어려워진다. 첫 질문에 러시아어로 외워둔 '나는 한국어선생이고 너네 나라를 위해 봉사활동 중이다'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회화 실력의 밑천은 진즉 떨어지고 점차 위축이 되었다. 과연 여기서 나갈 수나 있을까, 지하철을 타려고 했을 뿐인데 도대체 왜 지하철 으슥한 곳까지 날 데려온 이유가 무엇일까, 대사관 소속의 관용여권 사본을 보여줘도 막무가내인데 차라리 돈을 줄까 등 오만가지 생각에 두려움 커졌다. 그 순간, 맞은편 경찰이 자꾸 책상 밑 종이를 힐끔힐끔 보고 .. 더보기
나는 빨따리로 가련다_가기 전 준비의 시간 우즈베키스탄으로 해외 봉사를 떠나기 3일 전, 정말 우연하게 모인 중.고등학교 동창들과 2차 술자리가 이어졌다. 단연 화제는 '최장호'가 졸업을 앞둔 인생의 골든타임에, 취업을 해서 입신양명을 해도 모자를 판에 해외봉사를 2년 씩이나 가도 좋냐는 것이었다. 이것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던 이상의 '오감도'가 떠올랐다. 일아해는 가지말라 그러오. 갔다 와서 세상의 낙오가자 될 거라 하오.(너 진짜 내 친구냐) 이아해는 그래도 갔다오라 그러오.(왠지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 말) 삼아해는 혹시 근래 이별이 충격으로 다른 나라에 가는 게 아니냐 하오(좀 더 말했으면 살인났을거야) 사아해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 해봤자 뭐 하냐 그러오. 격려냐 해주자 그러오.(하긴 나도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