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몰랐다. 샌프란시스코에 금문교라는 랜드마크가 있는 줄은. 출장 일정도 너무 짧았고 평소 스타일대로 관광 검색은 안 하는지라 업무만 하고 바로 복귀하려 하였다. 미국 출장 길의 마지막이 샌프란시스코였는데 이동 중 동행했던 분이 슬쩍 말을 건냈다. 금문교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라 기대가 된다고. 이 말인 즉슨 곧 그곳에 가봤으면 한다... 가 아니었겠나. 다행히도 만나뵌 분들이 말도 잘 통하고 협조도 적극적이어서 계획한 일정보다는 일을 좀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베어 브릿지 근처의 페리 빌딩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해산물이 유명하였다. 커다란 다리에 조명이 환하게 빛나고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었다. 미국에 오면 햄버거만 다양하게 실컷 먹자고 다짐했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먹을 게 많았다. 굴이 유명하다고 하여 따로 한 접시를 시켰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햄버거 또한 주문해 다 먹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둘러볼 시간을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 국립해양역사공원하고 바로 옆에 있는 기라델리 광장을 구경했다. 여럼풋이 금문교가 보였는데, 의외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영화 '더록'의 촬영지였다. 기라델리 광장은 초콜렛을 많이 팔고 있어 선물로 구입하고, 아침도 먹었는데 이곳에서 아이리쉬 커피가 유명하다 하여 들이켰다. 커피지만 실제로 알코올이 들어가 있어 추천하기는 어렵다.
오후 일정을 빨리 마치고 유명하다고만 들었던 금문교에 방문을 하였다. 일정을 모두 잘 마쳤고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거기다가 뜻하지 않은 관광명소 방문이라니. 금문교 센터에서 내려서 가까이 보이는 금문교를 배경으로 사진 좀 몇 컷 찍었다. 저 다리를 고질라가 부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곳의 대표 관광지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다. 솔직히 그리 대단한 것은 없었다. 다만, 미국은 관광지로는 참 애매한 곳이므로 지금이 아니면 영영 이곳은 못 온다고 생각하니 출장의 피로가 다 가셨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 물가가 최고 높은 3곳 중 한 곳이다. 빈부격차도 상당하여 길거리에는 노숙인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해안가를 머금은 집들은 여유가 넘쳤고, 특히나 해질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도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한켠으로는 금문교의 이름처럼 뭔가 부와 자본의 힘이 조용히 숨겨져 있는 도시란 느낌도 들었다. 일정이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인생의 사진과 뜻하지 않은 미국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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