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MBTI란 심리 검사에 결과였다. 검사를 담당하였다는 강사는 부서원들 성별에 맞춰 조를 나눴다. 내 성격은 우리 부서원 7명 중에는 같은 사람이 없었다. 나 혼자였다. 부장님 포함, 외향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명난 사람 3명은 내 왼쪽에 앉았고, 조용하고 열심히 일만하는 직원 2명은 내 맞은편에 한 그룹으로 자리했다. 일단, 같은 성격이 없다는 것에 뭔가가 있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슬쩍 본 맨 뒷장의 종합 설명지에는, 예수, 마더 테레사, 히틀러 등을 비슷한 유형으로 들어 놓았다. 예수님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검사지의 설명은 대략 이러했다. 일단 긍정적이란다. 일을 할 때 부정하기 보다는 할 수 있다고, 해보겠다고 한단다(내가?). 부장님 뿐만 아니라 아래의 부서원들도 격하게 공감했다. '저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일단 해보자고 해서 약간은 놀랐습니다.'라고..... 조용하고 열심히 일만하는 직원 1명의 간증이 나왔을 때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제야 왜 그렇게 본인과 싸웠는지 알겠다는 부장님의 말씀이 더해졌을 때, 순간 성격이 약간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또한, 본인만의 이상이 있고 그것을 따라주지 않는 사람과의 협업을 꺼려한다 하였다. 이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왜 유독 나만 업무가 많아 보였는지 수긍했다.
아내는 내가 INFJ란 말을 듣고서, 1시간 동안 엄청난 인터넷 검색 및 유튜브를 찾아보며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성격 자체가 대한민국을 넘어 가장 희귀한 성격이란다. 그간 MBTI의 조사 인구 중 단 3.3%만 이 성격으로 나타났단다. 뭔가가 있어 보여서 기분이 더 좋았다. 내가 두 번째로 격하게 공감했던 건 여행 준비였다. INFJ는 여행 일정을 미리 짜는 성격이지만, 막상 여행이 자기 뜻대로 안 돌아가도 여행 그대로를 즐긴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이 부분에 동의를 했고, 바로 이 문장이 나를 설명해 준다고 인정했다. 내성적이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먼저 알아주길 기다리는 모순성이 존재하는 게 바로 나였다.
검사가 있은 뒤, 회사 내에서는 지금까지도 MBTI에 맞춰 대화를 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뭔가 실수를 하면, 넌 그 유형이니 괜찮다거나, 이해를 했다는 식이다. 실은 2년 전에도 다른 심리 검사가 있었는데, 그 때 강사는 결과지를 놓고 누가 신입 사원인지, 관리자인지 다 맞췄다. 소위 작두를 제대로 타서 직원들이 신기해했다. 당시 나에 대한 분석은 "지금 상태가 마치 무대 뒤에서 나갈지, 말지를 결정하며 힘들어 하는 상태'라 하였다. 이 말을 듣고, 당시 팀장님은 사업 전반의 권한을 나한테 이양했고, 나름 그해 사업은 괜찮게 끝나긴 했다. 일 관계로 맺어진 회사 내에서 서로에 대한 안개 한 겹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근래 본 대기업 회장이 받은 질문 중 MBTI가 무엇이냐는 문의가 있었다. 사람의 성격과 심리 상황을 알 수 있는 도구 중 이러한 검사가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그 결과 또한 얼추 맞으니 재미있기까지 했다. 다만, 일정한 틀이 정해지면 모든 것을 그 틀에 맞추려 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내에 따르면, 아내의 말에 따라 몇 달 전 MBTI를 함께 했던 적이 있다고 하고, 그때는 맨 앞이 내적 성향을 뜻하는 I가 아니다 외향성인 E였다고 한다. 사람의 성향과 성격을 100% 알아 내는 것이 어찌 가능하기나 할까. 이러한 도구의 결과는 참조를 할 뿐 상대를 알아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한학자는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은 한 번도 힘들다. 평생 배우자를 새롭게 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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