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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매블7] 2021 올해의 문제소설을 몇 편 읽고서

 매년 2월은 설렘이 있었다. 이상문학상을 누가 수상할지 궁금했고, 신문을 통해 이상문학상의 발간을 듣는 순간 서점에서 바로 책을 구매했다. 작품들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년 소장을 하면서 책장을 채웠다. 아마 김영하 작가가 '옥수수와 나'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던 해로 기억한다. 난데없이 책 디자인이 너무 촌스럽게 바뀌었다. 정말 옥수수 컨셉으로 책을 바꾼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 때로 생각한다. 이상문학상에 관심이 작아지면서 소설이란 분야의 마음도 점점 떠났던 거 같다. 박민규, 이기호, 김중혁의 작품들도 촉발되었던 '소설'이란 장르를 자기계발이나 에세이, 그리고 유뷰트 영상이 대신하였다.

 

 그러다 책 제목이 흥미로워 다시 소설책을 집어들었다. '올해의 문제소설'이란다. 대학때도 이 소설집이 나왔던 거 같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꼴지팀 사장은 팀을 재건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구단주의 뉴스 소식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한다. "점마 시끄럽게 일하는 걸 보니 아주 잘하고 있어'라고. 시끄럽고 문제를 일으키는 건 일단 도발적이다. 평온하면 남는 게 없다. 역사가들이 그렇게 광해군을 연구하는 것은 그만큼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에는 이 소설보다는 봐야 할 수상집이 많았다.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등 말이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그간의 수상자 목록을 먼저 봤다. 역시나 근 10년의 부재가 느껴지듯 아는 작가가 하나도 없었다.

 

 김숨 작가의 '철의 사랑'이란 작품부터 시작하였다. 소설은 특히나 도입이 어렵다. 도대체 무얼 말하고, 이 세계는 어디인지, 주인공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감을 잡지 못하면 첫인상부터 꼬이는 것이고, 이는 나와는 맞지 않는 작품과 소설과의 관계로 굳어진다. 철의 사랑부터 굴 드라이브까지, 3편을 읽는 동안 난 적잖이 놀랐다. 소설은 시대상의 거울이라 했을 때, 주인공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임시직, 비정규직, 소외층이란 단어가 절로 떠올랐고 이것에 반항은 커녕 순응하고 받아드리는 모습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다. 4차 산업 혁명, 메타버스, 비트코인과 같은 21세기의 단어들이 소설 속에는 없었다.

 

 그 중 김초엽 작가의 '오래된 협약'은 SF 소설 분야의 신성이라는 작가의 명성과 걸맞게 재미가 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지만, 종종 신문기사를 통해서 눈에 익었던 사람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유명하였다. 다른 작가들은 정말 처음 듣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가까이하고 싶은 작가들을 알게 된 것이 작은 수확이었다. 아쉽기는 하였다. 대학시절,  작품의 목적이 일단 웃기는 게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소설 본연의 의젓함은 간직했던 작품들(게중에 몇 개는 표절로 밝혀졌지만)은 보이지가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었듯이, 요즘의 소설들도 무거워졌다. 2022년 이상문학상에 다시 설렐 수 있도록, 부지런히 소설을 가까이 해야겠다. (390쪽 중 155쪽까지 우선 읽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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