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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새롭게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한 말, 더하고 싶은 말을 나누며 새롭게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한 말, 더하고 싶은 말을 나누며 글쓰기 수업이 끝나고 자유롭게 갖게 된 술자리, 한겨레문화센터의 다른 수업은 어떤 것을 들어보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하루 강좌까지 합치면 10개가 넘었다. 막상 신기했던 건, 그 어떤 수업에서도 담당 선생님이 없이 모임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강사님에 의한 모임에서도 수업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없었다. 수강생들끼리 자유롭게 모여 새롭게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한 말, 더하고 싶은 말을 나누며 4시간 가까이를 보냈다. 새롭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특히, 이러한 모임을 통해 '틀림'이 아닌 '다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다른 생각, 다른 의견, 다른 경험과 다른 연령에서 전달되는 무언가가 정.. 더보기
직장인의 탄생 지하철 속 직장인의 탄생 이곳은 바로 테르모필레 협곡, 난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디다스'가 된다. 나와 내 옆의 이름모를 몇몇은(이 전쟁 통에 휴대폰만 보고 있다!), 스크린 도어 넘어 2열 종대로 사열해 있는 '페르시아 병사들'에 맞서야 한다. 그렇다. 이 지하철 입구를 사수해야 한다.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난 커다란 방패 대신 내 가방을 가슴 앞에 들어올린다. 지하철 문이 열리기 무섭게 이곳만 노리고 있던 이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온다. 그들 표정 모두가 짜증이 한껏 베인 얼굴이다. 바야흐로 중과부적이요 조족지혈이었다. 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발 뒤꿈치에 힘을 싣어 보지만 이미 내 몸은 지하철의 반대 문앞에 와 있다. 약 5분전 상황은 이와 정반대였다... 더보기
나의 결핍 나의 결핍 결핍은 이중적인 언어라 하였다. 둘 중 하나를 가져온다. 하나는 포기를 부르거나 또는 새로운 개척을 낳는다. 팔자가 이렇지 싶어 무기력해지면 앉아서 굶어 죽을 것이라 하였고, 주어진 운명이 이럴 리 없다 싶으면 일어나 살 길을 궁리를 한다 하였다. 난 물질적인 결핍과 정신적인 결핍을 항상 갖고 살았다. 20대는 그 남아 물질적인 결핍은 있으되, 정신적인 결핍은 참을 만한 시절로 기억한다. 남들은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다던 좁디 좁은 방 안에서, 꿈만은 100평짜리 집에 사는 내일을 설계하였다. 가난한 시절을 자꾸 미화하면 안 되는데, 어찌되었건 가난했지만 떳떳하였다. 현재는 물질적인 결핍은 조금은 나아졌지만 정신적인 결핍은 심해지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결핍과 열등감을.. 더보기
키아누리브스 자전적 영화, 존 윅 키아누리브스 자전적 영화, 존 윅 배우를 대표하는 영화는 있을지언정, 내면상황과 현실을 대신하는 배우의 자전적 영화를 꼽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 헐리우드에서는 대스타이면서 동시에 노숙자 생활을 하는 기인, 키아누리브스가 있다. 그의 노숙자 생활에는, 교통사고로서 사별한 애인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소문이 유력시 되었었다. 여동생은 백혈병으로 죽고, 일찍이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교통사고 소식은 견디기 힘들었으리라.(경찰은 자살이 유력하다고 하였다) 이런 그가 오랜 노숙생활을 마치고 만든 영화가 액션 영화 '존 윅'이다. '존 윅'은 사람 이름으로서 누구나가 있었을 '왕년'에 알아주던 킬러였다. 무림 초고수이건, 도박 타짜이건, 일단 왕년을 청산한 이들은 항상 사랑하는 아내와 조용히.. 더보기
파리지옥으로 뛰쳐들기 파리지옥으로 뛰쳐들기 눈을 뜨기 싫다. 분명 자책으로 이 아침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을 슬며시 뜬다. 밤새 켜놓은 형광등이 달아오른 듯, 마치 한낯 오후의 태양처럼 나를 내리 쬔다. 별일 없기를 바라며 휴대폰을 확인한다. 간밤에 알람도 맞춰 놓지 않았다. 하기야 알람이나 맞출 생각이나 했으면 이 사태를 맞이하지도 않았다. 다행이 늦은 시간은 아니다. '5분 더'를 약속하며 자는 것도 아닌, 일어난 것도 아닌 가수면 상태를 청한다. 3분이 지났을 무렵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화면 보호기만 조용히 움직이는 노트북을 황급히 끄고, 널브러진 가방과 양발을 보며 간밤 기억을 되돌린다. 집에 들어 온다. 컴퓨터를 키고 음악을 일단 튼다. 글을 쓰려고 한다. '글' 위치에 인터넷, 독서,.. 더보기
다림질 다림질 삶은 리추얼(행사)의 연속이어야 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거나, 즐겁게 음악을 듣거나, 잠깐의 독서라도 즐기려는 행복한 순간이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취생으로서 주말이면 어김없이 빨래를 해야한다. 그리고 건고기에 의해 꼬깃하게 말려진 셔츠들을 다시 펴야 한다. 펴진 셔츠여야 직장에 나갈 수 있고, 밥법이를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다림질을 하는 귀찮은 시간이 점차 나만의 리추얼이 되어가고 있다. 동생은 내가 주말마다 셔츠를 직접 다린다는 것에 놀랐다. 근처 세탁소에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였다. 난 대뜸 그게 돈이 얼마냐 했다. 한 벌에 2천원씩, 보통 일주일에 5벌을 입어야 하니까 근 만원 정도는 소요된다. 한 달이면 약 4만원이고, 난 이것을 아끼려 직접 다린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 더보기
스승과 제자의 인연 스승과 제자의 인연 불교에서는 '겁'이라는 시간을 통하여 인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하늘에서 100년마다 선녀가 목욕을 위해 폭포로 내려온다. 목욕을 끝낸 뒤,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100리가 되는 커다란 바위에서 잠시 쉰다. 그 순간, 선녀의 옷이 잠깐 바위를 스치는 데, '살짝' 옷깃이 스치고 스친 시간이 모두 쌓여 바위가 닳고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1겁이라 한다. 이 1겁이 천 번이나 모였을 때 한 나라에 태어나고, 2천겁에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며, 5천겁에 모여야 한 동네에 태어난단다. 부부의 인연은 7천겁이며, 9천겁이 되어야 형제와 자매가 된다. 그리고 이 겁이 비로소 1만겁이 되었을 때가 스승과 제자가 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부부의 인연보다 스승과 제자의 .. 더보기
푸시킨의 죽음 푸시킨의 죽음 프랑스 귀족의 아들로 7월 혁명 뒤 출국, 네덜란드 공사의 양자로 신분을 세탁, 러시아에 굴러들어 근위대 소위가 된 제비족 조르주 단테스와 콘차로바 사이의 풍문은 푸시킨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페테르부르크의 검은 강 '초르나야 레치카'에서 결투(1837.1.27.)로 치명상을 입고, 이틀 뒤 시인은 차르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