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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아버지와 어린 아이와 당나귀 아버지와 어린 아이와 당나귀 어렵게 지하철에 자리를 잡았다. 다리를 펴고 의자에 등을 기댈 찰라, 다음 역에서 아주머니와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 섰다. 모른 척 하고 휴대폰만 보려다가 그러면 정말 안 될 것 같았다. 저 작은 여자아이가 먼 훗날 나를 부양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여기 앉으세요'라고 못내 친절한 척 자리를 양보하려 일어섰다. 사람의 도리로서, 강호의 의리가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고맙습니다.' 정도는 최소한 기대했다. 아주머니의 말은 의외였다. 그러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음 역에서 내리기 때문이라면 다시 앉았겠지만 그런 말도 없었다. 남자가 칼을 뽑았다던 무라도 썰어야 한다 했던가. 자리를 양보하러 일어났다면 그 상대를 내 자리에 앉혀야했다. '괜.. 더보기
돈 잘 버는 방법 돈 잘 버는 방법 간혹 할 일이 없어 서점에 간다. 할 일이 없어 왔지만, 기왕지사 온 김에 본전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찾는 책이 괜시리 요즘 안 좋은 책으로돌 맞고 있는 책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는 대충 읽어도 된다. 목차와 소제목만 봐도 대충의 내용은 그려진다. 분량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몇 시간만 투자하면 한 권 정도는 끝낼 수 있다. 한 권을 겨우 끝냈을 때 서점에 온 보람이 솟아난다. 가급적 얇고, 삶을 업데이트 시킬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찾다보니 제목을 아주 잘 지은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인생을 바꾸는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의 일본인 저자 책이었다. 제목 하나만은 정말 잘 지은 책이라 생각되었다. 일단 호기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목차를 보니 인생의 성공에는 3가지 .. 더보기
개인별 고유번호, 스타일 개인별 고유번호, 스타일 코코샤넬아 말했다(고 들었다). 여자가 남자를 만날 때 주의점이라 말했지만, 실제 남자들에게 조언을 한 말이라고 한다. 여자를 만나러 갔을 때, 옷만 기억이 되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 옷은 인물을 받쳐 주는 최고의 배경이지만 주인보다 드러나면 안 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옷만 드러나는 사람은 개인의 스타일, 고유한 개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씨는 패션 보다는 스타일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패션계에서는 패션은 구매하는 것이지만, 스타일은 소유하는 것이라는 명제가 있는데 그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였다. 패션은 다양한 옷들을 옷가게에서 사면서 충족시킬 수 있지만, 스타일이란 것은 옷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타일이.. 더보기
생리대를 후원하다 생리대를 후원하다 처음으로 '생리'라는 단어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남자 담임선생님이 이 단어, 2음절로 이뤄진 말을 꺼냈을 때 여자들은 소리를 질렀고, 남자애들은 하나 같이 어리둥절하였다. 초등학생으로서, 그것은 (당대의 어린이 만화 최고봉이었던) 피구왕 통키 '필살기'가 불꽃마크 5개를 땅바닥에 그리는 황당함과 같았다. 친구에, 친구에 물어물어 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았다. 중학교에 다니는 누나가 있던 다른 반 애였다. 합동체육 시간에 다른 반 그 친구에게 가서 조용히 물어봤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 안 되는 답변이었다. 그렇게 성교육 아닌 성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남녀 존재로서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해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은 거의 없던 것 같다. 처음으로 '생리대'라는 물건.. 더보기
추가공부 자율학습 추가공부 자율학습 글쓰기 수업을 끝내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길 무렵, '오늘은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 추가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토요일 계획에는 없었다. 예상에 없던 계획이이었기에 더욱 설렘이 컸다. 엉겹결에 '참석 가능합니다.'라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이번주 글쓰기 이후 추가공부, 자율학습 인원은 7명이 정해졌다. 센터 인근의 북카페에서 자리를 잡았다. 금주 독서토론 주제인 '허삼관매혈기'의 못다한 이야기부터 생일자에 대한 약소한 축하, 도도하고 귀여웠던 콩나물이 사진을 보며 아주 간단히 1차 공부를 마쳤다. 자리를 옮겨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허삼관매혈기'의 아내 칭찬 및 바람직한 남녀 결혼생활(특히 돈관리), 알고 보니 직장 인연, 글쓰기 고민, 사회 초년생들(다른 분들.. 더보기
책을 읽기 싫은 이 순간에 책을 읽기 싫은 이 순간에 책장의 책들을 보고 놀랐다. 올해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지금까지 7권이나 되었다. 일주일에 최소 1권, 한달에 최소 2권 정도 읽는 식으로 내가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아니다. 또한 많은 책을 다독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사 놓은 책을 이렇게까지 쌓아두지는 않았다. . 올해 초, 유시민 작가 특강을 듣고 더이상 책의 개수에 목숨 걸지 않기로 했다. 천천히 즐기는 독서를 하자고 했건만, 지금까지 중간 결과는 책은 장식하는 데 낭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서일까. 시간은 언제나 없었다. 언제는 시간 있어서 책 본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단, 작년에는 독서토론 수업 때문에 1주일에 책 한 권은 읽었다. 수업 끝나고는 도로묵이 되었지만 말이다. 책 읽을 환경은.. 더보기
단어부터 어려운 브리콜라주 단어부터 어려운 브리콜라주 한 마디로 '다양한 일에 능한자'란 뜻의 브리콜라주란 용어를 오늘 처음 알았다.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라는 사람이 브라질의 원시부족을 연구하고 1962년 발간한 에서 사용한 용어라 한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해내는 부족사회의 문화담당자인 ‘브리콜뢰르’에 주목했다. 프랑스어인 브리콜뢰르(bricoleur)는 사전적 의미로 ‘여러 가지 일이나 작업에 손을 대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이 가진 기술, 즉 기존의 것을 응용하여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을 ‘브리콜라주’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것저것 잘 만지작거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브리콜뢰르와 브리콜라주가 주목을 받는 것은, 한정된 시간 내에 생산적인 결과물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더보기
청춘이 걸려하는 '병'들 청춘이 걸려하는 '병'들 북한군의 남침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 보다는 고3이라는 유머가 있다. 하기사 고3을 건드리면 그 어머니,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와 일가 친척들까지 움직이게 되니 이만한 비전투 예비인력도 없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특전사급의 정예부대가 있으니 중학교2학년이란다. 흔히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학교 2학년은 질풍노도와 딱 어울리는 말이다. 예측을 할 수 없으니 더욱 알 수 없는 것는 것이 '중2병'의 무서움이라고 한다. 하기사 무라카미 하루키도 '해변의 카프카' 주인공을 15세, 중학교 2학년으로 설정했다. 그 이유는 사회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은, 정의하기 어려운 시기가 15세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우리 사회에 '중2병'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