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

라미란 아줌마와 우리 엄마의 알파벳 라미란 아줌마와 우리 엄마의 알파벳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라미란 아줌마와 우리 엄마*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알파벳을 모른다는 것이다. 세간에 떠들썩한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드라마 한 편이 끝나기 무섭게(혹은 드라마는 상영 중인데) 포털사이트에 중요 스토리가 게재된다. 몇몇 글만 읽어도 대충의 줄거리를 알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낄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이 한창 유행일 때도 그랬다. 그날 퇴근 길 휴대폰으로 본 기사는 '라미란 여사, 알파벳이 뭐길래.'였다. 한 가족의 엄마로 나오는 라미란 아줌마가, 아들의 요청에 여권의 영문 번호를 말해야 했다. 회피를 하다가 '실은 엄마가 영어를 몰라'하며 멋적게 웃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읽으니 중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처음이자 .. 더보기
안녕, 프레드릭이야 안녕, 프레드릭이야 안녕, 난 프레드릭이야. 그래 그 게으름뱅이 쥐돌이 시인이지. 놀라진 않았겠지? 하도 내 이야기를 궁금해해서 이렇게 직접 편지를 썼어. 5월은 누군가에 편지를 쓰기 좋은 달인 것 같아. 비록 오늘은 비가 많이 왔지만, 이제 이를 자양분 삼아 온 지천이 푸르름으로 덮이겠지. 또 딴 생각에 빠지려하네. 이해해주길 바래. 아마 '그 쥐가 이 쥐가 맞긴 맞나 보네 '해도 좋아!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진부한 표현이지만, 막상 자판에 손을 대니 쓸 말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마도 너는 내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왜 그렇게 일은 안 하고 '생각'만 했냐는 것이겠지? 생각이란 말도 어떤 사람들은 '그냥 놀았다'라고 말하기도 하니 난 정말 괜찮아. 글쎄, 이 부분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 더보기
고마워, 과연 여우(레스터시티)야! 올해, 언제나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영국 축구리그 우승팀이 레스터시티로 정해졌다. 작년에 겨우 1부리그에 올라와 14위를 기록한 팀으로 모두들 그들의 초반 돌풍에만 '그려려니' 하였다. 영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이 팀의 우승확률은 '0.02%'로 엘리스 프레슬리나 네스호의 괴물이 살아있을 확률로 묘사했고, 배당률은 5000배가 책정돼었다. 이런 팀이 창단 132년만에 우승을 한 것이다. 서울에 취직을 하여 짐을 싸던 날, 자신의 자취집을 기꺼이 내주었던 선배는 말하였다. '주말이면 EPL이나 보면서 딴 생각말고 버텨라.' 귀가 얇은 나는 이 말을 철저히 따랐다. 작년까지만 별다른 조짐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또한 부워왔던 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초반부터 이름도 생소한 여유.. 더보기
K에게 K에게 오늘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하였지. 어제 저녁에 먼저 연락하려 했어. 다만 저녁 일정이 늦어졌지. 예전 같으면 일정 도중에 나와서 너에게 연락을 했겠지. 그러나 너도 알잖아. 이제는 나도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가려 하는 것을. 그래도 오늘 만나자는 약속을 흔쾌히 수락해줘서 고마웠어. 회사일을 마치고 너를 만난 곳은 예전의 그 독서실 앞이었지. 근래에 독서실을 다시 다닌다는 너의 말에 조금 놀랐어. 큰 결심을 한 것이겠지. 마냥 그 열정을 부러워한다는 것 알지?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건 정말이었어. 대학교 1학년 글쓰기 시간에 넌 내게 무슨 토익책을 보냐고 물었지. 난 정말 성의없이 대답했어. 만약 그 때 토익이란 것에 관심을 갖고 너의 대답을 경청했다면 어땠을까. 그 뒤, 넌 반수를 하고 다른 대학.. 더보기
내 세상의 보석 내 세상의 보석 우물쭈물 하다가 그럴 줄 안 하루를 보냈을 때, 유치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꼭 유치원에서 가르칠 것 같은 피노키오의 노래가 떠오른다.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이거 분명 영어 아니었는데 요즘 이렇게 바뀌었다!) 바쁜데, 너는 언제나 놀기만 하니, 말썽쟁이 피노키오야!' 설마 유아들의 동요에 놀지도 말고 공부만 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자꾸 요즘들어 이 노래가 자꾸 개사되어 맴돈다. '야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영어도 해야하는데, 너는 어째서 글을 쓰기로 했니, 대책없는 최장호야!' 글을 매일매일 쓰기로 각오를 한지 1주일이 지났다. 글은 주로 새벽에 쓴다. 혹시나 하는 일이 발생할까봐 불안해서다. 무엇을 쓸까 고민을 한다. 글감의 고갈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 더보기
우리의 카카오톡 이야기 순이에게 왠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었나 했다. 안 하던 짓 하면 안 된다고 했던가. 회시에서는 매분 바빠서 휴대폰 살 필 일이 없는데, 옆 부서 대리 전화에 짜증이 머리를 뚫고 나올 기세였지. 그래서 한 번 휴대폰 봤다 '헉'했다. 요즘 제일 '핫'하다는 연애인 유출 의혹 사진이더군. 가뜩이나 여자도 많은 회사에서 누군가 뵜다면 난 그 길로 무슨 욕을 먹었을까 상상해봤다. 아무튼, 고맙긴 했다 녀석아. 우리가 늙었을 때, 아니면 늙어간다고 느꼈을 때, 자식과 아내가(안 올거 같다도 일단 이렇게나 믿어보자) 있지만 여전히 삶은 외로운 것이고 혼자라 느끼질 순간이 왔을 때, 우리만의 단체 카톡방에는 우리의 부모들과는 달랐으면 좋겠다. '오늘의 이야기' '힘이 되어주는 말' '누구누구의 격언' '열정을 주는.. 더보기
미적 자본 늘리기 미적 자본 늘리기 요즘 들어, 회사 사람들이 유독 내 의상에 대한 칭찬과 여자친구가 생긴 건 아니냐는 의심의 말을 건낸다. 달라진 건 없다. 2년 동안 입던 셔츠, 벨트, 신발, 가방은 그대로다. 단, 옷장에 정체모를 정장 외투가 있길에 그걸 걸쳤을 뿐이다. 분명 정장 외투를 샀다면 바지와 셔츠까지 한 벌로 샀을 것이다. 도통 같은 짝이 없다. 분명 어디서 얻은 옷을 게다. 봄을 맞아 셔츠에 점퍼를 입기는 뭐해서 좋다구나 걸쳤는데 반응이 뜨겁다. 달리 말하면, 그동안 정말 내 옷과 스타일이 안타까웠다는 뜻이겠지. 자본의 종류에는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식), 사회적 자본(인맥), 미적 자본(외모)가 있다 한다. 특히 마지막 미적 자본에는 얼굴과 몸매의 아름다움, 성적매력, 붙임성.. 더보기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일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일 지방 방송사의 기자 면접, 저녁 6시가 지났고 맨 마지막 대기자였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오전에 치른 카메라 면접의 영향이었는지 참 형식적이게 면접이 진행되었다. 면접관들도 자신들의 성의없는 태도에 미안했는지 자세를 고치고 마지막 질문이라며 물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일은 무엇이냐고.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나 망설였다. 이걸 말하고 합격한 적이 없다. 그래도 기자면접이니 자신있게 말을 꺼냈다.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세상이 강요하는 옳지 않은 길을 위해 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한적이 있다고. 그것이 기자가 가져야 할 정신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결과는 또다시 탈락이었다. 2013년 4월쯤으로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