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언제나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영국 축구리그 우승팀이 레스터시티로 정해졌다. 작년에 겨우 1부리그에 올라와 14위를 기록한 팀으로 모두들 그들의 초반 돌풍에만 '그려려니' 하였다. 영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이 팀의 우승확률은 '0.02%'로 엘리스 프레슬리나 네스호의 괴물이 살아있을 확률로 묘사했고, 배당률은 5000배가 책정돼었다. 이런 팀이 창단 132년만에 우승을 한 것이다.
서울에 취직을 하여 짐을 싸던 날, 자신의 자취집을 기꺼이 내주었던 선배는 말하였다. '주말이면 EPL이나 보면서 딴 생각말고 버텨라.' 귀가 얇은 나는 이 말을 철저히 따랐다. 작년까지만 별다른 조짐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또한 부워왔던 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초반부터 이름도 생소한 여유 마스코트의 '레스터시티'가 계속해서 상위권에 머물렀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이목과 스스로의 부담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단연 '흙수저'의 반란으로서 기분을 좋게 한다. 스트라이커 제라미 바디는 7년전 8부리그(3부리그도 아닌)에서 주급 5만원을 받던 선수다. 올해 11경기 연속골이란 신기록을 세웠고 주급 1억 4천만원에 재계약을 이뤘다. 아마 원더걸스의 노바디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으며, 점차 배만 나오는 내 바디랑, 어휴, 말할 필요도 없다. 바디와 짝을 이룬 마레즈 선수는 빈민촌 출신으로 지금의 이적료는 393억정도가 된다. 이처럼 팀 전체의 이적료는 박지성이 뛰었던 리그 최고의 팀 맨체스터 시티 선수 한 명의 이적료에도 미치지 못했다. 돈은 미치지 못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한 몸이 되어 축구에 미쳐 뛰었다.
자본의 시대에 자본을 뛰어 넘어 이룬 우승이 기적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정말로 놀랍고 가치 있는 우승이다' 라 하였고, 한 세기가 한 번 나올 수 있다는 팝스타 아델은 '역대 최고의 스토리'라 치켜 세웠다. 영국 축구영웅 개리 리네커는 '이보다 더 놀라웠던 스포츠 역사가 떠오르지 않아 숨쉬기조차 어렵다'라 말했다. '흙수저'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대한민국 소시민 중 한명으로서 나도 (감히) 축전을 보낸다. '고마워, 과연 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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