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 썸네일형 리스트형 공허의 빈자리 공허의 빈자리 벌써 세 번째였다. 다시 성찰의 몸이 저 멀리 떨어진 비행기 내 화장실을 가야한다고 외치는 신호를 들은 것이. 비행기에 좌석에 앉은 순간부터 속이 뒤집어지더니 화장실을 가야한다는 신호음이 머릿 속에 울렸다. 이는 비행기 긴급상황 대처 요령 메뉴얼도 없는 위급 상황이었다. 문제는 성찰의 비행 좌석이 맨 창가였다는 점(회사의 쫌스러운 항공 규정에 따라 좌석이 좁디 좁은 베트남 여객기 VN658임은 접어두고), 거기에 이웃 복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옆자리가 비었다는 쾌재를 부를 쯤, 옆에는 덩치가 미 프로레슬링 WWF에서 나왔을 근육질 흑인 남성 2명이 함께 앉았다. 그 순간부터다. 성찰의 배가 이상하게 아파왔다.(호찌민 공항에서 먹은 매운 꼼냥국이 문제였던 것 같다.) 두 명 모두 힙합 듀오 .. 더보기 노랑 머리 노랑 머리 가급적 미용실 원장님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지난 번 첫번째 염색 때보다 색깔이 짙은 것 같은데요.'라는 물음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지난 번에는 숱이 많은 상태에서 염색을 했지만, 지금은 짧은 머리카락에 했기 때문에 상대적인 것이라 하였다. 직업병으로 비춰 보건 대 논리적이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은근 슬쩍 눈썹도 같은 색으로 해 보라고 권유하여 그렇게 해달라고 하였다. 생애 두 번째 염색은 확실히 노랑이 확연하였다. 반항아가 된 기분이었다. 생애 첫 염색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흰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흰 머리카락이 듬숭듬숭 보이기 시작한 게 작년부터였다.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흰 머리카락 .. 더보기 수첩에게 안식을 수첩에게 안식을 횟수를 헤아리니 나도 놀랐다. 12년 동안 다 쓰지 못한 수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도 부끄러웠다. 실상 다 적지도 못했다. 아직도 가끔 무언가를 적고 있다. 가장 첫장에는 대학교 학과의 이름과 내 이름, 그리고 '책 노트'라 적혀 있었다. 책을 읽고 간단한 독후감을 수첩에 적기로 했던 것이다. 박경리 선생의 '시장과 전장'.'김 약국의 딸들' 등의 독후감 몇 편이 적혀있다. 2014년 7월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독후감 쓰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몇 장 넘기니 시간은 2007년과 2008년으로 넘어 갔다. 2008년은 휴학을 하던 시기여서인지 이 때는 주로 하루 일과를 적고, 다 한 것에는 펜으로 그어서 달성 결과를 표시했다. 애초에 목표했던 독서 노트의 역할은 용도 변경이 된 .. 더보기 나는 자유라고? 나는 자유라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세기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는 뭇 사람들에게 '자유'의 의미에 대한 고민과 의미를 던져준 책이다. 주인공 조르바는 두려움이라는 것은 개나 줘버리라며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으로서의 표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또한 조르바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그가 준비한 사업의 실패 순간에 신나게 춤을 추게 된다. 작품은 곧 작가의 사상이 녹아 있음을 잘 보여주는데,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또한 범상치 않다. 그는 묘비명으로서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고 적었다. 뭔가 멋있는 말임에 얄립도록 분명하지만 따지듯이 묻고 싶다. 정말 자유라고? 누구나 자유를 꿈꾸고 갈망한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기준은 간단하지 않다. 대학 강사인 선배는.. 더보기 이사오사사키의 Moon&river 듣는 여름 이사오사사키의 Moon&river 듣는 여름 여름은 이사오사사키의 Moon&wave와 함께 한다.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 노래를 듣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다. 어쩌면 난 이 노래들과 함께 그 해의 여름을 연다.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함께 보폭을 맞추는 피아노 선율, 바이올린의 날카롭지만 포근한 음색으로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이웃 여학교의 동갑 여학생으로부터, 일본의 피아니스트 이사오사사키의 2집 앨범을 선물로 받았다. 직사각형의 카세트테이프에는 Moon&wave라 써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니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도 몰랐다. 피아노 앨범은 처음이었지만, 파도소리 매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2집의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 더보기 달의 후예 달의 후예 요즘 들어 태양의 후예니 선조니 드라마의 송중기 때문에 성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은근 송중기와 자신을 비교하는 여자 동료들 때문이었다. 어제 총알에 맞았네, 아팠겠네, 죽었네, 재수없는 소리하네, 그래도 만약 죽으면 우리 오빠 어쩌네 하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한번은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간 성찰에게 여자 부장은 총 들어 송중기랑 비슷한 분위기 연출 사진을 요구했다. 이미 몇몇 예비군들 사이에서도 셀카를 찍으며 카톡을 보내느라 난리였다. 마지 못해 '옆에 총' 자세로 사진을 보내니, 단톡방에서는 송중기를 찬양하며 성찰을 성토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성찰의 마음 속에서는 송중기를 증오하는 미움의 싹이 돋고 있었다. 그 증오가 우연찮게 폭팔한 날은 지난 휴일이었다... 더보기 바보야, 문제는 방향이야 바보야, 문제는 방향이야 어쩌다 스쿼시를 배우고 있다. 야근 대신 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취미란 것도 하나 추가하고 싶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테니스를 배웠다. 오른손을 올렸다가 내려치는 '포핸드 샷'을 무의식에 하는 것을 보니 아직 몸은 테니스를 잊지 않은 것 같았다. 회사 동료가 같이 하자고 해서 시작했다. 지금은 나만 배우게 되었지만 말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강사님이 가르치시는 건 별로 없다. 차라리 옆 코드에서 강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뛰는 모습이 더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강사님도 가르치는 것 보다는 같은 시간대끼리 사람들과 약식게임을 뛰라고 한다. 그게 더 재미있어 마냥 땡큐다. 문제는, 그렇게 약식 게임을 뛰는 상대들이 대개 목숨걸로 나를 이기려 한다는 것이다.. 더보기 정녕 축구에서도 개천에서 골 넣을 수 없단 말인가 정녕 축구에서도 개천에서 골 넣을 수 없단 말인가 J가 카톡을 보내왔다. 유로 2016하고 코파아메리카 2016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냐고 물었다. 고민도 없이 답했다. 당연히 코파 아메리카라고, 적어도 약자가 강자에게 승리하는 스포츠의 정의(?)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축구팬은 아니지만, 근래에 볼 만한 축구 시합이 연일 나와서 행복하다. 유럽의 축구 월드컵이라는 유로 2016과 아메리카, 남미 지역의 축구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대도 참 좋다. 저녁 10시에 한 게임, 좀 기다리면 새벽 1시에 한 게임 더, 여기에 눈 비비고 버티면 새벽 4시에 16강 예선전이 열린다.(이상하게 꼭 빅매치는 새벽 4시다) 간간히 미국 메이저리그 좀 보다가 코파아메리카가 아침 .. 더보기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