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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이사오사사키의 Moon&river 듣는 여름

  이사오사사키의 Moon&river 듣는 여름

 여름은 이사오사사키의 Moon&wave와 함께 한다.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 노래를 듣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다. 어쩌면 난 이 노래들과 함께 그 해의 여름을 연다.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함께 보폭을 맞추는 피아노 선율, 바이올린의 날카롭지만 포근한 음색으로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이웃 여학교의 동갑 여학생으로부터, 일본의 피아니스트 이사오사사키의 2집 앨범을 선물로 받았다. 직사각형의 카세트테이프에는 Moon&wave라 써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니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도 몰랐다. 피아노 앨범은 처음이었지만, 파도소리 매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2집의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Moon&wave를 항상 처음에 듣는다. 더운 여름에 몸을 식히는 것 만큼, 마음을 차갑게 하는 게 해주는 것이 파도소리였다. 우주의 생명체가 일 것이라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Moon&river가 이어질 때의 감흥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이후 이사오사사키의 1집과 3집을 추가로 찾아 들었다. 봄이면 각종 광고와 TV에 삽입되는 flower제목의 곡들이 이사오사사키의 곡들이었다는 게 놀라웠다. 또한 일본의 지하철에서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대신한, 고 이수현 씨의 추모곡이 헌정된 3집은 서정적이고 아련하였다.

  우연찮게 단골 카페에서 노트북을 끄적일 때다. 뭔가 무겁지만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Moon&river에 수록된 Butterfly in rain이었다. 영상을 만들 때 주로 엔딩곡으로 썼던 노래다. 잠시 노트북에 시선을 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창 밖을 보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여름의 흔적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이사오사사키의 노래를 들을 시간이 그곳에 있었다. 올해는 이 노래와 함께 내 인생의 어떤 여름을 작사,작곡할지 궁금하다.


(원고지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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