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부터 어려운 브리콜라주
한 마디로 '다양한 일에 능한자'란 뜻의 브리콜라주란 용어를 오늘 처음 알았다.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라는 사람이 브라질의 원시부족을 연구하고 1962년 발간한 <야생의 사고>에서 사용한 용어라 한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해내는 부족사회의 문화담당자인 ‘브리콜뢰르’에 주목했다. 프랑스어인 브리콜뢰르(bricoleur)는 사전적 의미로 ‘여러 가지 일이나 작업에 손을 대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이 가진 기술, 즉 기존의 것을 응용하여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을 ‘브리콜라주’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것저것 잘 만지작거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브리콜뢰르와 브리콜라주가 주목을 받는 것은, 한정된 시간 내에 생산적인 결과물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하루의 24시간인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다. 먹고 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SNS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수다 떠는 시간 등을 합하면 하루 30시간이 넘는 다는 것이다. 역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일설이 브리콜라주를 통해 증명되는 것은 아닌지 싶다. 역시 경쟁과 효율을 강요하는 사회 및 기업에서 1등 시민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업무 스타일로 보면 브리콜라주와는 거리가 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전화를 받으며 메일을 쓰고,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며 날렵하게 옆 부서의 협조 요청을 해결해야 한다. 난 검토 보고서를 쓰다가 메일 온 게 없나 확인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메일을 조금 쓰다가, 내선으로 물어볼 일을 일부러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에 직접 찾아간다. 멀티적인 사람이 회사에서는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 돈 준 것보다 더 많이 일을 하니까 당연하다. 그러나 너무 효율을 따지고 속도를 중시하는 건 나랑 맞지는 않다. 단어부터 어려운 브리콜라주를 꿈꾸기 보다는 하나의 메일에도 진솔한 마음을 담아 회신한 후, 오타 없는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더 맞는 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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