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썸네일형 리스트형 카페꼼마 명동점 예전에 가장 최애 북카페를 꼽으라면, 홍대 2번 입구에 있던 카페꼼마를 꼽았다. 중요하진 않을 수 있겠으나, 정말 걸어가다가 느낌이 좋아서 들른 곳이었는데 대박 발견이었다. 관련 글은 이미 써 두었으니 이만 줄이고... 그러다 그곳이 없어진 걸 알고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고, 기억에 사라질 쯤 다시 검색을 해보니 명동에 다시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 첫 연가를 이곳에 찾아왔다. 그것도 첫 손님으로 말이다. 규모가 너무 작아서 아쉬움부터 들었다. 예전에는 장식된 책들과 하늘높이 뻗은 책장으로 인해 기가 죽었는데, 그런 웅장한 맛이 없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난 책들에 둘러쌓여 이 글을 남기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고, 북카페 매니아도 아니라 언제 여기에 올 줄은 모르겠으나 인생에 내세울 북.. 더보기 아내가 게임CD를 사줬다(고스트 오브 쓰시마) 지난 금요일 퇴근길이었다. 아내의 카톡에는 지금 어디냐고 했고, 항상 그랬듯이 아주 단문으로 '퇴근길'이라 하였다. 그러자 이상하게 시리 먼저 도착한 집에서 뭘 할거냐고 집요하게 물어왔다. 집에 와서 보면 되잖냐, 빨래 해야 한다. 빨래 해줄거냐는 말에 내가 할꺼니 이제 그만 집에서 만나 이야기하자고 튕겨냈다. 집에 도착해서 빈둥거리며 유튜브나 보고 있는대도 또 아내의 카톡이 왔다. 집에서 뭐하냐는 것이었다. 빨래 막 돌렸다고 하자 빨래 돌리고 또 뭐할거냐 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 하니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라 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지금까지 뭐했냐고 물었고 시큰둥하게 카톡 내용대로 암것도 안했다고 했다. 아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 하면서, 슬며시 "고스트 오브 쓰시마" 플스 게임 CD를 가방에서 꺼.. 더보기 회사에서 새로운 습관 회사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 한다. 아침에 신문보기다. 매번 9시 출근시간보다 30~40분 전에 도착한다. 달리 할 일이 없다. 일 해봤자 봉사활동이다. 생산성이 없다. 이에, 어제부터 일찍온 후 휴게실에서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신문을 보니, 아침부터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신문을 보고 나왔는데 동기에게 걸렸다. 훌륭하다고 했다. 무안했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챙겨야 할 것 중 하나가 이러한 자투리 시간의 활용이라 생각한다. 내일도 신문을 볼 것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습관을 하나 만들었다. 더보기 조조 K K와 다시 만난 건 5년 전 서울대 고시촌에서다. 출근을 위해 5515 버스정류장에 다다랐을 무렵, 마치 계주 경기에서 선임 주자에게 바톤을 달라는 후임 주자의 다급한 손짓이 나에게 뻗어왔다. 누군가 택시를 잡나 싶었다. 차도 쪽으로 몸을 살짝 빼어 태그를 피했다. 순간, 내 이름 세 글자가 들려와 돌아서니 K가 있었다. 짧지만 살짝 웨이브를 준 간결한 머리 스타일, 까만 피부색에 동그란 눈과 입술은 여전히 배우 주진모를 닮아 있었다. 가을 초입에 맞춰 입은 간절기 남색 코드는 통일된 검은 셔츠와 바지, 그루브 없는 황색의 구두와 잘 어울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짓으로 돌아드니, 패션 감각은 여전했으나 젊음은 간데 없었다. 기쁨과 당황함도 잠시, 내가 타야할 버스가 도착했다. 우정과 회사 사이를 가늠할.. 더보기 리마인드는 다시 생각합시다 결혼식장을 나왔다. 결혼식이 전부 끝났다. 결혼식장을 나서며, 결혼을 한 것보다 드디어 결혼식을 끝냈다는 기쁨이 몰려왔다.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보니 나와 같은 생각임에 틀림없었다. '좋아요'라 물으니 어서 호텔로 돌아가서 머리에 꽂은 수십개의 머리핀을 빼고 싶다 하였다. 난 늦은 점심을 닭갈비로 먹는 게 어떠냐 했고, 아내 역시 크게 웃었다. 수개 월 동안 끙끙대던 문제를 해결하였으니 무엇을 해도 다 되고, 할 수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5월의 오후, 봄바람을 맞으며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결혼식을 준비하였던 험난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할아버지 기일인 작년 정월 대보름에 친척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나의 결혼이었다. 결혼을 하기.. 더보기 포레스트최프 '5등급'. 중학교 1학년 5월, 체력장 집합 장소인 운동장으로 등교하는 내내 이 숫자만 생각났다. 초등학교 5학년 2반의 어머니회가 있던 날, 어머니는 속셈 학원에 갔다 온 나를 작심한 듯 안방에 붙잡아 앉혔다. 담임 선생님이 비밀스럽게 어머니께 밝힌 내 체력장 결과가 5등급이라 하셨다. 난생처음 알게 된 체력장 등급에, 나는 5등급이 정도면 높다고 했고 어머니는 1등급과 너무 멀어 문제라 알려 주셨다. 우리반에 고도 비만으로 놀림 받는 재훈이도 5등급이라 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그날 저녁 11시 넘어 술에 취해 집에 온 아버지는 기죽은 내 표정에 별 거 아니라 하였지만, 어머니 성화에 런닝 셔츠 차림으로 팔굽혀펴기 시범을 보여야했다. 체력이란 것도 성적과 같이 부모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굽.. 더보기 없다고요, 김태희 없다고요, 김태희 내가 너라면 가겠다고 했다. 혹시 이 형이 해외 봉사를 읍네 경로당 위문 방문으로 착각하나 싶었다. 방금 끝난 한국어교원양성과정에서, 산림대학의 교직원이란 분이 코이카를 가기 위해서라 이 수업을 신청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J형과 대학 후문으로 함께 가며, 코이카가 유명한 산림대학원이냐고 물었는데, 우리나라의 공식 해외봉사단 이름이었다. 난 머쓱함을 피하고자 취업을 곧 해야 하니 해외 봉사는 언강생심이라 흘려 말했다. 그러자 형은 내 두 눈을 또렷이 응시하며, 젊으니까 안 될 것은 없다고 힘주어 답했다. 지금껏 남들에게 모범생으로 살았으니, 이제는 너를 위한 반항아 삶도 필요하다고 보탰다. 그 때 또 다시 J형 말에 혹했다. 나는 자취방에 돌아온 즉시 인터넷으로 ‘한국국제협력단’을 알아 .. 더보기 131224 열무 십단 머리이고 시장 간 엄마를 기다린 기형도의 기분이 이랬을까. 아침부터 해가 진 지금까지,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는 이불에 상납한 체로 휴대폰만 간절히 쳐다 봤다. 휴대폰을 보다 노리끼리한 천장 벽지를 보고, 다시 휴대폰 보다 또다시 천장 곰팡이를 쳐다 보며 채용 합격 문자만 기다렸다. 기자로서 어떻게 이 사회의 촛불이 되어야 할까 고민에 지쳤을 무렵, 혹시나 싶어 언론인 준비 카페에 들어갔다. 면접 본 지역방송국 이름을 검색한 순간, 이미 합격자 발표가 끝났다는 글을 보았다. 맨 마지막 수험번호가 나였고 글쓴이는 내 바로 앞이었다. 하루를 꼬박 참은 허기 대신, 배신감에 쌍욕이 튀어 나왔다. 텔레비전에서 이 지역방송국 번호는 평생 삭제를 하고 살리라 맹세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것이 면접관..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