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택시 사기 대처
시간은 바야흐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때였다. 쇼핑몰이었는데 주변에 택시가 없었다. 현지에서 만났던 통역사는 우버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용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호텔 주변에는 택시가 있다는 것이었다. 대뜸 들어가 안내데스크에서 택시를 좀 불러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였고 따라간 곳에서 자동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불안이 좀 들었다.택시란 표시도 없었고 미터기도 없었다. 출발할 때 뭐라고 알리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을 하였다. 가다가 길을 잃어 묻고, 가다가 길을 잃어 묻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우리 숙소에 도착을 하였다. 그 사이 잠깐 졸기도 하였다. 도착하여 얼마냐 물으니 손바닥에 35달러를 내란다. 순간 싸했다. 당했구나 싶었다. 여기서 물어설 수 없었다. 내가 이 숙소에서 더 먼 거리를 갔을 때도 10달러가 아니었다. 통역을 위해서 당장 호텔 안내원을 불렀고 싸움을 시작하였다.
첫째, 내가 갔던 길이 올 때 보다 멀었는데 왜 35달러를 내야 하나 물었다. 호텔 안내원은 택시기사가 개인 택시여서 그런다고 하였다. 둘째, 개인택시라는 건 뭐진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가격표를 달라고 하였다. 돌아온 답변은 개인택시 비용은 무조건 35달러라 한다. 셋째, 그렇다면 가격표나 가격 증빙 자료를 달라고 하였다. 그것이 없으면 난 줄 수 없다고 따졌다. 그랬더니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도 된다고 하였다. 신용카드가 있었고 달러도 있었지만 없는 척을 하였다. 난 대답했다. 신용카드가 있다고 하더라고 난 그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면서 내가 줄 수 있는 돈은 현지 돈으로 약 10달러 밖에 없다고 하였다.
택시기사는 증빙자료를 요규하는 나에게 자기 회사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하였다. 기다렸다. 이후 호텔 안내원이 전화를 바꿔줬다. 회사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35달러가 우리의 규정이라 하였다. 그딴 규정을 믿지 못하겠으니 증빙 자료를 대라고 하였다. 회사 사람은 현지인을 바꿔졌는데 뭐라는 소리인지 몰라 그냥 호텔 안내원을 바꿔졌다. 그 사이 같이 있던 일행에게 좀 더 기다려 보자고 말하던 순간, 택시 기사는 안내 프론트에 올려 놓은 택시비 10달러 남짓을 가지고 그냥 돌아갔다.
같이 탄 일행은 정의가 승리하였다고 나에게 고마워했다.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꾀 놀랐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의 택시 흥정 기술과 인도 출장 때의 굴욕, 그리고 증빙 문서를 요청하는 직업 정신이 합쳐서 그 위기를 모면했던 것 같다. 지금도 신기한게, 그 순간 왜 영어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여튼, 어느 나라에서든 의심이 들면 먼저 물어봐야한다. 시작할 때부터 그 궁금즘이 이렇게 일을 키운 것 같아 찜찜했다. 다음에 무조건 우버를 이용하는 것으로 해야지.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 > 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취를 하다보니까 (0) | 2018.04.11 |
---|---|
할머니의 라면 (0) | 2018.04.09 |
회사로 부터 받은 것들 (0) | 2018.03.17 |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보며 (0) | 2018.02.25 |
미투 운동을 바라보며 널 응원한다 (0) | 2018.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