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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보며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보며


아비는 말했다. 불콰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가 그 마지막 면접을 떨어진 것은 다 아비 때문이라고. 나는 말했다.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다 내가 잘못해서 떨어진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고. 그래도 아비는 그게 아니라 하였다. 한 번만 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최종까지 가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도 찾아가 부탁을 하겠다고 했다. 술 많이 드셨으면 이만 주무시라 했다. 옆에 있던 엄마 또한 아비에게 어서 자라고 쉰 소리를 했다. 


요즘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보며 단 한가지 바람이 있다. 우리 아비가 이 사실을 모르길 바란다. 아비는 아비가 생각한 세상이 아직 바뀌지 않았음을 단정하고 자식일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물론 내가 이러한 채용비리 때문에 가고 싶은 그곳을 못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물론 의심을 아예 거둔게 아니지만) 단, 내가 너무 아비의 말을 흘려 들은 건 사실이라는 것이 씁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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