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라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랬다. 끓는 물에 라면을 넣으니 물의 양이 좀 적어 보였다. 해서 물을 조금 넣었다. 조금 넣은 물은 이내 많이 넣은 물이 되었고, 그렇게 라면은 맹탕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라면이 생각났다.
할머니의 라면은 언제나 물이 많았다. 할머니는 내심 미안하다는투로 말씀하셨다.
"밥 말아 먹으려면 국물이 있어야 해서 물을 많이 넣었더니.."
그랬다. 밥 말아 먹으라고, 밥 많이 먹으라고 생각한 할머니의 라면은 언제나 물이 많았다.
물이 많은 라면을 보고 할머니의 라면이 떠올랐다.
이제 다시 먹을 수 없는 라면, 물이 유독 많았던 할머니 라면, 물이 너무 많아 싱거워 맛은 별로였지만
맛나게 먹는 내 모습 그리좋아, 한켠에 보시던 그 할머니의 모습이 좋아
항상 맛있게 먹던 할머니의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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