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을 바라보며 널 응원한다
B야 잘있니? 이름 때문에 하얀 종이라 너를 소개하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니까 얼마 전에 결혼을 한 것 같더구나. 축하한다. 오랫동안 만남을 가져온 그 사람과 결혼을 한 것 처럼 보였어. 거듭 축하하고 행복한 날들만 그득하길 다시 바란다.
너가 볼 수 없고, 볼 일도 없는 편지를 여기에 쓰는 이유는, 요층 한창 미투 운동의 열풍을 보면서 너가 딱 떠올랐기 때문이야. 취업스터디에서 헤어진 후 넌 거의 1년만에 어렵사리 전화를 했었지. 그 때 나는 업무 간담회 때문에 너의 첫 인사를 잘못들었단다. 우리가 스터디에서 헤어졌던 일년을 기념하여 전화했다고 했던 것 같았어. 아무튼 갑작스러운 안부 전화에 너무 고마웠단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너가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내 마음을 너무 무겁게 했었지. 너 또한 취업스터디의 인연으로 이야기는 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한전을 준비하다가 어렵게 취업한 지역 농협에서, 넌 기관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지. 술자리를 빌어 기관장은 더러운 손짓을 하였고 그것을 거부하던 넌 폭행까지 당했다고 했을 때 난 두 눈을 질끔 감았었단다. 넌 너의 문제를 해결하려 주변에 물어봤지만, 그걸 당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그들 또한 그냥 참으라는 이야기에 절망했다 했었지.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계속 다니느냐, 아니면 이만 사직을 해야 할까 내게 물었을 때 많은 고민을 했었단다.
어줍잖은 조언은 위험한 것이었지만, 난 너에게 지역 농협을 그만 두라고 했었지. 그러한 모욕을 견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어. 더럽고 추잡스러운 행동에 떳떳하길 바랬단다. 너라면 너가 꿈꾸웠던 미래를 갖기에 충분한 시간과 자격이 있다고 확신했었단다. 너도 그냥 똥이나 밟았다고 생각한다 했지만, 착잡함이 베어있는 목소리는 얼마나 너가 힘든 상황인지를 잘 대변해 주었단다. 그 후, 혹시나 싶어 너에게 연락을 했었지. 넌 회사를 그만 두었고 너가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다 했지. 모든 게 좋은 결말을 얻은 헤피엔딩의 영화를 찍어 줘서 참 고마웠단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약자로서 당해야 했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높이고 있는 지금에 너가 요즘 더 생각난다 B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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