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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yesterday, 비틀즈

 yesterday, 비틀즈


 그런 날이 있다. 잊혀졌던 노래가 떠오르고, 머리 속에서 오랜 버퍼링 끝에 재생되고, 재생되기 무섭게 곧 스트리밍 종료를 알려 올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 노래를 찾아 들어야 하루 운수가 대통할 것 같다. 그런 날이 오늘이고 그 노래가 비틀즈의 yesterday다. 아침부터 J집에서 yesterday를 듣고 있다. 당연히 소리를 빽빽지르며 말이다.(참고로 J는 이 모든 상황을 달관한 듯 컵라면을 끓이고 있다. 야! 내꺼 OK?)


 비틀즈의 이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가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딱, 첫 소절이 너무나 좋다. 자신의 모든 문제가 어제는 멀어져가는 것처럼 보였다는 부분 말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싶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하루를 정리할 쯤, 걱정 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게 된다. '내일은 더 좋아지겠지, 오늘도 잘 버텼잖아' 하면서 의심은 들지만 내 길을 가고 있다고 다독인다. 그렇게 내 모든 문제는 멀어져 간다.(멀어져 가는 것 처럼도 보인다.)


 새 아침을 맞고, 출근을 하고,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키며 멀어졌던 문제들이 다시 나에게 다가온다. 쓰다 만 보고서들을 확인하여 전날 근심어린 목소리의 어머니와 통화 내용을 회상한다. 그러다 걸려온 민원 전화를 받는다. 뻔한 내용에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본다. 이제 곧 방세를 내야 할 시간임에 놀란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주인에게 1년 연장을 말해야 하나, 아니면 이사를 또 해야하나 선택해야 한다. 이사를 한다면 서울에 올라와서 몇번째 이사가 될까 세어본다. 아직도 정착이란 단어는 요원한가 싶어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 놓으며 이 걱정에서 달아나고 싶어진다.


 마음 속의 밀물과 썰물이 하루 종일 교차하고, 일년을 채워하고, 지금까지 모여왔다. 비틀즈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노래하였지만, 나에겐 그 부분은 와 닿지가 않는다. 그저 올 마의 트러블 씸 소 팔 어웨이만 외쳐된다. 바람이 있다면 yesterday가 아닌 today이길 바라면서. 알았어 J. 닥치고 라면이나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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