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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30일 글쓰기 - 13] 간절함과 재미의 합체

 

절함과 재미의 합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라는 폴 발레리의 말은 꾀나 유명하다. 내용이 너무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겠지.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딱 내 이야기 같았는데, 제대로 생각을 해보니 고개를 젓게 된다. 내가 과연 생각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는지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그렇게 생각없이 살아 왔는데 어찌 밥벌이는 겨우겨우 하고 있으니, 이걸 대견하다고 해야 하는지까지 이르게 된다.

 

생각대로 살지 않는 이유는 간절함 때문이라 추측해 본다. 동기 부여 동영상도 많이 봤고, 나름 자기 계발서의 수려한 마케팅에 속아서 관련된 책들도 사봤지만, 움직이게 되는 비결은 간단하다. 간절함이 있냐, 없냐 차이다. 만약 내가 병을 얻어서 그것을 치유할 방법은 걷는 거 밖에 없다고 해보자. 즐거운 곳에서는 나 오라 하여도, 꼭 동네 한 바퀴는 걸을 것이다. 살기 위한 간절함 때문에 말이다. 

 

다만, 여기서 간절함을 이기는 최후 빌런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재미적 요소다. 재미 없는 국제개발협력 공부나 몸이 힘든 동네 달리기는 주말에 몰아하면 된다고 위안을 하면서, 신화 속 세계가 펼쳐진 비디오 게임을 하게 된다.(2월 출시된 신작 게임을 벌써 100시간 넘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대로 움직이게 되는 발화점은 명확해진다. 간절함이 재미를 이기거나, 최소한 이게 간절함에 하는 것인지 재미있어 하는 것인지 구분이 어려운 어떤 지점이다.

 

간절함과 재미의 합체는 가능할까.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자격증을 따고, 왜 읽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것을 소재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왜 운동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줄어드는게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 나도 아기였을 때, 걸으면 더 재미있는 세상을 만나려 간절히 일어서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반대로 어떻게든 누워 있으려 하지만 말이다. 간절함과 재미의 융화 속에, 생각대로 살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으면 한다. 

 

봄비가 내린 2022년 3월의 소중한 휴일이니.... 그래, 글 하나 썼으니 딱 1시간만 비디오 게임을 하는 거다. 진짜 내 마검사 캐릭터 레벨을 1만 더 올리고 거실 청소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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