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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30일 글쓰기 - 9] 선거에 대해 쓰기

 

그게 좋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난 전교 어린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개표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 당선 여부보다는 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그날은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개표 담당자들 외에 모두들 하교를 한 학교는 조용했고, 난 반에 혼자 앉아서 이 고통이 어여 끝나길 빌고 빌었다. 당선 여부? 솔직히 말하면 당선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싫었다. 반장도 싫어하는 내가 어린이 회장이라니. 교실 앞문이 열리고 우리반의 개표 위원이 득달같이 달려와 당선을 축하했다. 크게 한 턱 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했던 거 같다. 

 

뭔가의 직책, 흔히 말하는 감투가 너무나 싫다. 어린이 회장을 한 후 등교를 하자마자 부담감에 어깨가 짓눌렸다. 어린이 회장이니 공부는 잘해야 하고, 도덕적이어야 하고, 타의 모범은 물론 선생님과 학우들,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후배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하여 생각지도 못했던 게 하나 있다. 한 번 해병만 영원한 해병인 줄 알았더니, 한 번의 어린이회장도 영원히 나를 쫓아다니는 것 같다. 중학교에서도 모든 것에 초등학교 회장이었던 사람이라 나를 여겼다. 20대 중반에는 동창회 준비를 하라 하고, 이제는 누군가 그 어린이회장이던 애는 뭐하며 하냐고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었던 선거의 경험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한 참모 활동에 써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서로 모셔가려는 참모원이었던 거 같다. 그것 말고는 없었다. 어린이 회장의 경험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중학교 때는 어떠한 담당도 맡지 않았다. 억측을 수 있겠지만, 난 스스로 내 능력을 퇴화시킨 게 분명하다. 초등학교 때 발표가 좋아 결국 어린이 회장까지 뽑힐 수 있었는데, 그 뒤로 말하는 게 싫었다. 말도 더 빨라져서, 직장 내 다면평가를 해보면 업무지시와 소통 부분에 점수가 평균치다. 

 

역설적이게도 난 선거날 당선이 되지 않도록 참 많이 빌었다. 이 새벽이 지나면 곧 20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낙선을 할 것이다. 당선자는 세상을 품은 것처럼 좋아할 것이고, 낙선자는 그 반대일 것이다. 난 정말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대통령이란 부담감이 상당할 터인데 그게 꼭 하고 싶은 것이냐고. 대통령에 나가는 사람들은 돈도 많고, 명예도 어느 정도 얻은 사람들인데 대통령이 뭐라고 그렇게 원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가 없다. 내가 그런 재력과 명예가 있다면, 그냥 평생 비디오 게임이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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