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커피 한 잔 완샷도
그거 아나요. 저는 정말 당신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는 것을요. 당신이 내 옆에서 밥을 먹는 것 자체가 가끔은 내게 일어난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오물조물 꼭꼭 씹어 밥을 넘길 때마다 저는 당신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과장이라 웃지만 말고 한 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몸 속에서 이상이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제일 큰 병원에 입원을 하여, 조직 검사를 받았을 때도 생각나나요? 생각보다 당신의 몸 속에 문제가 크다고 했을 때 말이예요. 수술은 불가피했고 몸의 여러 장기를 떼어내야 했지만 솔직히 저는 수술만 된다면 다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시련이었습니다. 수술 이후 당신은 예전처럼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지요.
지금 당신은 6개월만에 혈액 검사와 수면 내시경을 받아서 많이 피곤한가 봅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네요. 그리고 다음주에는 그 결과를 보러 우리는 또 담당 의사와 길어야 1분 남짓의 면담을 하겠네요. 당신은 모를 겁니다. 덤덤히 당신 곁에서 의사의 말을 듣고 있는게 얼마나 떨고 있는지를. 아니, 그것보다 병원을 함께 가면서부터 내가 얼마나 떨고 있는지를 말이예요. 혹시나 하는 걱정이 '괜찮고 또 진행 경과를 봅시다'란 의사의 말에 속으로 얼마나 환호하는지를 말이예요.
제 고향집 냉장고에는 '행복'이란 시가 붙어 있는 거 아시나요? (아니, 그 출처는 묻지 마시고요) 당신도 들어봤을 거 같아요. 행복은 우리 곁에 숨어 있어서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라 합니다. 우리 행복과 감사한 일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으니 숨박꼭질 잘해보라고 하죠. 참으로 맞는 말 같습니다. 오늘도 내 옆에서, 당신이 살아있어 밥을 먹는 모습이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당신은 밥을 먹자마자 다시 배가 아프다는 말을 하면서 침대로 갑니다. 수술을 한 지 1년이 반 이상의 시간이 지나가지만 아직까지 회복의 길은 멀리 있는 거 같습니다. 먹으면 배가 아플 것을 알면서, 그래도 안 먹을 수 없는 이 현실이 견디기가 힘들지요? 그래도 오물조물 꼭꼭 씹어서 밥을 넘겼으면 합니다. 시간이 더 걸릴 뿐, 분명 좋아지고 좋아질 것이라 믿고서 함께 이겨냈으면 하네요. 그렇게 하다가 예전에는 아주 별거 아니었지만, 지금은 바라고 바라게 된 당신의 행복한 시간도 다시 찾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시원한 아이스아메키라노 한 잔을 원샷 때리는 날이 올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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