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동안의 여유
어느 순간부터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되었다. 서울대 입구역 근처에서 기거할 때는 근처 롯데시네마 있어, 최소한 한 달에 2번은 갔었던 것 같다. 당시 얹혀 살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으니 아무리 심야영화를 보더라도 집에 오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한 번은 새벽 1시쯤 '워터 디바이더'라는 영화를 별 생각도 없이 보러 갔었는데 혼자만 영화 상영관에 있어 놀랐던 적이 있다. 영사기를 돌리는 사람은 얼마나 날 미워했을까. 영화에 정신 나간 매니아나 감독일 것이라 의심을 했을 것이다.
영화관은 고사하고 컴퓨터에 내려받은 영화들도 안 보게 된다.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내려받을 때는 기분이 정말 좋다. 그런데 막상 보지는 않는다. 그것을 클릭하였을 때, 온전히 2시간 동안 영화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대신 뭔가 뜻있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간신히 영화를 보더라도 주로 액션영화를 고른다. 아무런 생각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보는 것 까지는 좋다. 어설픈 싸움만 하고 스토리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에 화를 내기 시작한다.
혼자하기 좋은 취미가 독서와 영화보기라 생각한다. 흔히 천만 영화가 터질때마다 혹자는 한국 사람들이 별다른 취미 생활이 없기 때문이라 하기도 한다.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삶의 간접 경험을 위해 영화 감상 또한 매혹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2시간 동안 모니터만 바라 보는 게 뭐 두렵다고 파일 클릭을 망설이는 자신이 이해가 안 된다. 막상 그 2시간 동안 뭐 할까 망설이다가 침대로 기어들어가면서 말이다.
앞으로는 액션 영화도 좋지만 양질의 영화를 골라 2시간 동안 새로운 경험을 얻도록 할 것이다. 강제적으로 이 새벽의 영화는 '라이브 오브 파이'로 정했다.(아, 당연히 봐야되는구나) 혹시나 잠들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박카스도 사 놓았다. 파일위에 커서를 올려 놓고, 어서 오른쪽 검지 손가락만 빠르게 '따닥'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 한 달에 최소 2편은 로맨스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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