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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건강 검진을 받으며

 건강 검진을 받으며

 

 지난 해에 이어 회사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개인 건강검진을 받았다.(얼마나 일을 시킬려고..) 대장내시경을 위한 그 지옥같은 포카리스웨트 마시기 단계는 생략하겠다. (결론은 1.5Kg가 빠졌다는 사실) 내 몸도 일년에 한 번은 점검을 해 봐야 한다는 사실이 진찰을 기다리는 내내 들었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어서 아프다니, 피곤하다느니, 놀기 힘들다느니 등등의 말을 믿지 않았다.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니다. 일단 밤을 새지 못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제 먹으면 찌는 체형으로 바뀐 것 같다. 그리고 일단 늘어난 몸무게는 줄어들기가 가망 없다는 슬픈 사실도 인정한다. 해서 이럴 수록 스스로의 몸을 의심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같다.

 

 건강 검진을 받는 사람들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아무래도 가족끼리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받으려 했지만 역시 시간 맞추기가 역부족이었다. 나중에 작은 선물로서 건강검진을 떠안겨 드려야겠다고 느꼈다. 아예 예약을 해 놓아야지 싫다는 말씀이 없으실 것 같다. 건강 검진을 받으며 가장 이상했던 점은, 사람들이 정말로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아침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한국 사람들이 기괴하다고 말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검진복을 똑같이 입고 스마트폰만 보는 사람들 속에서 없던 내가 지금 어디에 왔는지 헷갈렸다.

 

 기다리고 검진받고, 검진받고 다른 곳으로 옮기며 약 2시간 30분이 검진이 모두 완료되었다. 대장내시경 검진 결과, 내가 그렇게 알고 싶었던 역류성 식도염은 발견되지 않은 것 같았다. 대체로 건강한 편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아직 검진 결과를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괜찮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하늘을 찔렀다. 작년에는 난청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 수준은 아니었으니 더 건강해 진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건강 검진이 끝나고 주는 무료 죽을 먹으며 생각했다. 몸을 주기적으로 확인을 하듯이, 지나 온 시간들도 주기적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16년 절반을 보내고 있는데 과연 당초에 설정했던 좌표대로 잘 가고 있는지 검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직장 생활일수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도 있을 수 있고 수시로 점검이 필요한 게 주변에 널린 것 같았다. 꺼진 불도 다시 보고 지나 온 시간과 현재의 내 몸도 힐끔힐끔 다시 봐야겠다. 끝으로 든 생각. 그래도 신체나이는 20대였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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