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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퍼거슨의 실패

 퍼거슨의 실패

 

 지금은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아 이름에 '경'을 붙이는 축구 감독이 있다. 축구 팬들은 알만한 축구 감독계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이다. 그가 영국에서 30년 가까이 맨체스터 유나이트에서 쌓았던 업적은 존경에 가깝다.(실상 이 업적을 영국 왕실도 인정해 준 것이다.) 가끔 sns에 대한 비판 기사에 그가 하였다던 'SNS는 시간 낭비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직설적이면서 자기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평생 축구 감독으로 승리를 위해 내달렸던 이 감독이 실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적힌 걸) 보았다.

 

"나는 패배 후에 항상 더 나은 감독이 되었다. 어떤 이유든 간에, 나는 더 똑똑해졌다. 어떤 때는 내가 패배자가 아님을 입증하고 싶었고, 어떤 때에는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다. 1993~94년 시즌 이후로는 매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면 실패로 단정지었다.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는 승리하고 싶은 열정과 욕망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승리는 자존심의 문제가 되었다." 라고 자서전에 남겼다.

 

 이 대목이 감명 깊었던 것은 뻔한 실패 뒤의 잘해보겠다는 식상함이 아니라, 실패를 자존심의 문제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모범답안이 아닌 뭔가 독기에 찬 복수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승리가 자존심의 문제가 되었다니. 가뜩이나 자존심이 높은 이 감독으에게 패배, 즉 실패는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 살면서 다양한 실패를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수없는 말들이 있다. 넘어졌으니 일어날 일밖에 없다느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고전명언 등이 그것이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아닌 실상의 이야기로 들렸기에 재빨리 메모를 남겼다.

 

 하기사 30년 넘게 담배를 피운 아버지의 금연 원동력도, 한 번 하기로 한 말은 꼭 지킨다는 자존심이었다. 그간 실패를 자존심 회복으로 만회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이 역시 최장호의 다짐일기 제 432화 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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