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미국 졸업식 축사들
해마다 6월 즈음, 미국에선 명사들이 쏟아내는 삶의 응축된 지혜를 들을 기회가 열린다. 미국을 넘어 세계의 명사들이 5월 말부터 6월 초에 집중된 대학 졸업식 축사 인사로 대거 나서기 때문이다. 이 졸업식 축사를 듣기 위해서, 졸업생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까지 찾아오기 때문에 대학교 근처 숙박 업체들은 예약 또한 치열하다고 한다. 미국의 다양한 문화 중 졸업식 문화가 부러운 이유 중에 하나이다. 졸업식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사회의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함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주옥같은 축사는 우리의 심장을 흔들고 남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축사 대부분이 '힘든 시대지만 여러분은 해낼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였다고 하였다. 올해는 시대가 암울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것, 역경을 극복할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하라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요약했다. 기억에 남는 축사는 폴 라이언 미국 연방하원의장의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르타지대학에서 한 말이었다. '가장 공들여 짜놓은 계획이 파쇄기에 넣어 없어지듯 물거품이 될 때가 있을 것이고, 최악의 직업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것일 수 있다. 재앙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며 졸업생들을 응원했다고 했다.
이미 축사의 전설로 남은, 지금은 아이해븐(i-heaven)에서 놀고 있을 스티븐 잡스의 명연설은 너무나 유명해 거론조차 필요 없을 것이다.(하기사 대학 축사에서 자신은 대학교 자퇴를 한 것이 다행이었다는 배짱이 단연 압권이었다.) 2014년, 빌 게이츠는 공감으로 세상을 바꾸라고 하였고, 조앤 롤링은 2008년 하버드 졸업식에서 실패 뒤 자유로움을 얻었다고 하였다. 삶을 통찰하는 시대의 어른들이 한 말들보다 졸업생들을 격려하고 일으키는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고 나 또한 수혜자가 된 기분이다.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껍질을 막 벗겨낸 이때에 그들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중요 서류를 멋모르고 파쇄기에 넣었던 저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니. 내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라는 아집을 넘어 기회를 찾는다고 애써 생각해 보련다. 다시 출근의 아침을 기다리는 이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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