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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그렇게 산다이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듭니다. 소주 마십니다.

 일이 남았는데 잠이 쏟아집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선장이 지랄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선장 저도 마십니다.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그러다 다시 싸우고 또 소주 마십니다.

 여자 생각 간절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잘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안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항구로 돌아옵니다. 소주 마십니다."

 

한창훈의  <산다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인용

 

 억지로 주간지 2개를 보게 되었다. 한 매체는 담당 부장이라 말했고, 다른 매체는 영업 담당자라 하였다. 전화의 요지는 간단하였다. 자신의 매체 정기구독을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고, 독자님의 응원이 참 언론을 만든는 길이라고.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2가지를 생각하였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가 첫번째(휴대폰 번호는 이해했으나 회사 전화번호라니. 이건 명함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이고 두번째는 그들이 안쓰럽다는 것이다. 나처럼 연배도 낮은 사람한테 뭐가 아쉬워서 이런 부탁을 하다니.

 

 결국 1년전부터 두 매체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당최 읽을 시간이 없다. 신문에 주간지 2개에 부록까지 합치면 봉지도 뜯지 않은 읽을 거리들이 방 안에 나뒹굴고 있다. 그래도 꼭 챙겨보는 부분이 있었는데 소설가 한창훈의 '산다이' 연재였다. 태어난 고향섬에 기거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 바닷가 소설가 한창훈의 연재 칼럼 '산다이'를 격주로 매번 기다렸다. 그 와중에 저 '소주 마십니다'라는 글이 참 좋았다. 소주라는 부분을 글로 바꿔서 100일 글쓰기의 각오를 다졌었다.

 

 오늘 '산다이' 연재의 마지막 글을 읽었다. 종종 필자들의 컬럼 및 연재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 마음에 아쉬움이 밀물처럼 채워진다. 그들의 글을 보고 싶은 기다림과, 이번주는 별루인데.. 하였던 나름의 평가와, 다름의 설렘이 모두 썰물처럼 나가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글을 보며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치열하게 매달리며 살고 싶다는 인상을 늘 받았다. 누군가 안부를 묻는다면, 작가의 당부처럼 싸우고 이겨 놀면서 '산다이'라 답하고 싶다. 고마웠습니다. 연재에 행복한 독자가 비로서 답글을 보냅니다. 그럼 또 소식 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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