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쿨하게

퇴근 무렵 진짜 배가 고팠다. 아내한테 치킨 시켜 먹자고 간만에 말했는데.... 배고 고파다고 배달 주문하자고 진짜 간만에 말았는데 아내는 카톡에 답장도 늦었다. 버스로 집에 다 왔을 때쯤 그러자는 말에 화딱지가 났다. 지금 시켜면 너무 늦을 것 같다는 핑계로 배달 주문은 없던 것으로 하자고 했다. 해서, 빡쳐서, 정크 푸드를 마트에서 잔뜩 사 먹었다. 맥주와 함께 말이다.

 

아내는 연실 화가 난 거냐, 삐진 거냐고 했고 난 그럴 일이 뭐가 있냐고 했지만 진짜 삐친게 맞았다. 그 감정으로 말도 몇마디 받아주다가 실없이 침대에 누웠고, 어김 없이 잤고, 보란 듯이 새벽에 일어나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다. 

 

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쿨한 결혼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 옹졸한 마음은 여간 고쳐지기 어려운 것 같다. 그냥 농담처럼 진담인 듯  치킨 못 시켜 먹어서 좀 그랬다고 하면 될것을 말이다. 그 삐뚤어진 작은 핀트 하나가 날 이렇게 새벽녘 스탠드빛 책상 아래로 불어 온 것이다. 

괜시리 삐치니 감정도 안 좋아졌다. 회사일의 우울한 감정들마저 집으로 소환시켰다.

 

마야의 노래나 들어야겠다.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