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 양생과 구도, 그리고 밥벌이로서의 글쓰기
먹으면 순간은 행복할 뿐 아침까지 후회를 주는 야식과 같은 책 종류가 있다. 하나는 습관에 대한 책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글쓰기다. 일단, 이러한 책을 본다고 저절로 아침에 번쩍 눈이 떠지는 아침형 인간이 되거나, (나에게 좌절감을 준)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잘 안다. 아울러, 이러한 책들이 말하는 진리의 길을 어느 정도는 터득했다. "Just do it " 일단 해야한다. 그리고 그걸 이끌어 줄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걸으면 나을 수 있는 병에 걸린다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을 걸으려 할 것이다. 글 잘 쓰는 비결은 뭐.... 다독, 다작, 다상량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난 또 다시 혹하는 마음에 글쓰기 책을 샀다. 열하일기의 고미숙 선생이 지었으니까 말이다.
글쓰기 특강이라 하였지만 "글쓰기"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철학과 연구가 주를 이루었고, 실습편에서는 그 당위가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를 물 흐르듯 전달해 준다. 심오하기도 하지만 그걸 또 유련하게 풀어준다. 어려운 내용을 이렇게 쉽게 전달하는 것에, 마치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있었다. 일부의 내용을 잠깐 흘린다면 다음 구절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모든 글이 좋았지만 그 중 몇몇 부분만 한 허리 훔쳐서 여기에 남겨 놓는다.
"읽기와 쓰기는 동시적이다. 읽은 다음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읽는 것이다. 그래야 한다. 쓰기가 전제되지 않고 읽기만 한다면, 그것은 읽기조차 소외시키는 행위다. 그런 읽기는 반쪽이다. 책을 덮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저 몇 개의 구절만이 맴돌 뿐이다. ...구경하는 것과 창조한는 것 사이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구경꾼은 영원히 구경만 할 뿐이다. 창작자도 구경을 한다. 하지만 그 구경 역시 창조의 일환이다. 마찬가지로 쓰기를 염두에 두면 읽기의 과정이 절실해진다. 읽기 또한 쓰기의 과정이기 때문이다.(65쪽)"
참으로 격하게 공감한다. 쓰기를 전제하면 읽기부터 달라진다. 멋진 말은 내 글에 인용을 해보려고 열심히 에버노트에 적는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전혀 인정받지 못할 내 이론이 하나있다.우린 이미 초등교육부터 행복의 키워드를 배웠다는 것이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그것이다. 과목 이름이 아니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행위 모두가 행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우선 순위가 없다. 동시적인 것이다. 읽으니 쓰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읽으면 창조를 위해 세상을 보게 된다고 하였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구절이었다.
책 중간 부분에는 바야흐로 내가 기대했던 글쓰기 기술 하나는 가르쳐 준다. 공자의 비기였단다. '화이재재' - 내용에서건 표현에서건 충분히 소화를 한 다음엔 과감하게 잘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소해 보이는 접속사, 종결어미, 부사어 등 별 기능 없어 보이는 단어들을 어떻게 구사하느냐가 문장의 내공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짧게 쳐야 한다. 하지만 버리는 게 쉬운 일이던가. 내 몸처럼 내 글도 다이어트가 항상 필요하다. 그래도 작가가 말하는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최고의 활동이란 글쓰기를 오늘도 한 것에 만족한다. 마음은 한 없이 가볍고 보람도 느낀다. 그럼 이제 큰 일을 하였으니... 어서 디아블로(비디오게임) 하러 가자.
(총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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