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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찾다, 내가 글 쓰는 이유를

 찾다, 내가 글 쓰는 이유를

 

 그간 매일매일 써 왔던 글들의 제목들을 찬찬히 살폈다. 어떤 글은 내가 생각해봐도 참 괜찮은 놈이 있었고, 어떤 글은 할당량에 밀려 쭉정이를 길렀다. 어떤 글을 쓰며 미안함을 대신하였고, 어떤 글을 쓰며 현재의 나를 위로 했으며, 어떤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고 더 나은 내일을 기도하였다. 그랬다. 난 글을 쓰며 웃었고, 울려고 했고, 달랬고, 기도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난 내가 글 쓰는 이유를 찾았다. 글은 선물이였던 것이다. 주는 이는 '나'이지만, 이 선물을 받는 이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일 수 있으며 혹은 주변 사람들, 나아가 불특정한 대상임을 알게 되었다.

 

 유시민 작가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여 글을 쓰는 이유를 4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이고 둘째는 미학의미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적 열망이라고 했다. 셋째는 역사에 무엇인가 남기려는 충동이며 마지막으로는 정치적인 목적, 즉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는 의도로 글을 쓴다고 하였다. 응당 글쓰는 이유가 다 들어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글쓰는 이유와는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저렇게 멋있는 글쓰기 이유가 필요하겠지만, 난 내 글쓰기가 누군가에 선물이었으면 한다. 그것으로 족하고 기쁘다.

 

 가끔 블로그에 적힌 예전의 글들을 읽어본다. 돈이 없어 파산직전이라는 푸념의 글,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 써 놓았던 다짐들, 미안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대신했던 글들을 엷은 미소와 함께 읽는다.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내가 오롯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글이었다. 난 내가 쓴 글을 통해 결국 큰 선물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만든 문장 중 '나는 지금 미래의 나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글이었다. 글을 쓰려면 소재와 글감이 필요하고, 당당하게 살려고 손을 꼭 쥐는 삶만큼 생생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글은 선물이어야 하고, 내가 글 쓰는 이유는 나에게든,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선물을 주기 위해서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선물을 고를때 설렘을 떠올린다. 그 마음, 그 이유로 앞으로도 글을 써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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