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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70억 분의 1 - 그것이 나란 사람

제 41회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고서 남는 잔상들

어제(2016년 2월 20일), 제 41회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았다.

 

아침부터 늦게 일어나, 시험장소도 헤매다가 난생처음 시험장도 구경 못 할뻔 하였다. 굳게 닫힌 교문 앞에서 감독관들이 "시험 보러 왔어요?" 하지 않았던 들 난 그대로 집에 왔을 것이었다. 험장에 들어가자마자 전날 산 컴퓨터용 연필을, 편의점에서 겨우 샀던 칼로 깎기 시작했다. 그리고 답안지를 작성하였다.  정말 꼴 사나운 시험 시작이었다. 전날 게임 실컸다고 늦게 잔 것부터해서, 정말 이번 시험에 대한 나의 태도가 너무 적나라게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감독관이 결시생을 확인하기 위해 빈 자리만 골라 이름을 호명하였다.

"음.. 결시생이 많군.." 이라 생각했을 때, 불현듯이 2012년과 2013년 코이카 필기시험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결시생들을 세며 필기시험 경쟁률을 셈하던 내 모습을 말이다. 이 건물 전체 수험생들이 내 경쟁자라고, 과연 몇명이 필기시험에 통과할까 걱정하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아! 그랬지. 나도 한 때는 공공기관을 목표로 입사시험을 전전하던 때가 있었던 게 생각났다. 왠지 재밌고 아련을 넘어 숙연하기까지 하였다. 나한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게 말이다.

 

김갱은, 늦깎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 이야기에 이런 말을 하였었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지 않겠냐." 라는 내 말에 공공기관 시험을 준비해본 것이 차이가 상당하다는 말을 하였다. 나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있으니 아까워서라도 다시 하라고.

그 경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물론 입사시험은 아니지만) 단순한 어학 시험장소에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에 기분은 좋았다. 당시 고통의 시간들이 아련히 내게 모아져서 이제는 소중한 진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종종 있을 것 같다. 토익을 포함한 시험장소에 가면 예전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 산 게 아니었던 것 같아.

물론 잘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을 자책하는 것보다도 지금에 집중하는 게 과거에 대한 예의겠지. 앞으로의 자산이 되겠지.

 

근데 시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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