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인지건 뭐건 하여튼
내 안의 지적 능력을 보고 있는 또 다른 인지(나)를 메타 인지라 한다(고 유튜브에서 봤다.) 쉽게 말해 우리 나라 수도를 물었을 때, 1초 내에 안다고 답하지만, 과테말라의 7번째 큰 도시를 물었을 때는 아주 빠르고 능청맞게 '모른다'라 할 수 있는 능력이다.(이것도 컴퓨터를 뛰어넘는 능력이란다.) 내 지적수준을 스스로 확실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메타인지가 이를 파악하는 것은 낯설음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다른 예도 필요없이 보고서 쓰기가 떠올랐다. 가장 실수를 많이하고 혼나는 보고서는 앞서 썼던 내용과 비슷한 형식의 보고서를 쓸 때다. 말만 바꾼면 된다고 메타 인지가 친근하게 인식한다. 익숙하기 때문에 별다른 능력이 필요없다고 판단한다. 긴장을 놓고 몇 글자 대충 쓰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은 문제점들이 과장님 입에서 튀어 나온다. 보고서를 쓴 날짜, 문제가 발생된 경과의 주요 일자, 글 간격, 조치 사항 및 향후 일정이 쪼금씩 틀리고 결국은 다시 써야 하는 보고서를 만든다.
반대로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던) 교육 프로그램 강의를 위해 PPT자료를 만들었때도 생각났다. 파워포인트와 엑셀은 대충 수습하는 수준으로 살아왔던 나에게 큰 재앙이 닥쳤었다. 난생 처음 만드는 자료이기 때문에 뭔가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인포그라피란 의미를 최대한 넣고자 하였고 의외로 간단하지만 내용 전달이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 내 메타 인지는 낯선 상황에서 나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었던 것 같다. 교육 자료를 잘 만들겠다는 목표와 생전 처음 만들어보는 인포그라피식의 프리젠테이션 환경이 또 다른 나의 능력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뭐, 지금 베트남 근무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너무 고통스럽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지만, 왠지 지금의 '나'로서는 이 일을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해서 필요한 것이 뭔가 새로운 '나'다. 그래서 메타 인지 이론에 눈이 커졌다. 지금에 대입을 해 보자면, 배트남에서 잘 해 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만 있으면 될 것 같다. 낯선 상황으로 나를 밀어넣는 게 필요하다고 했지만 괜찮다. 비행기만 타고 베트남에만 가면 낯선 상황이 아니라 낯선 국가에 떨어지게 되니까 말이다. 메타 인지건 뭐건 하여튼 부모도, 나도 몰랐던 '그 분'이 나에게 강림하길 바란다. 그래, 일단 베트남어부터 공부하자. 머릿 속으로 베트남 공항에 떨어진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목표? 당연히 아오자이를 입은 어여쁜 여자에게 말을 걸 수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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