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끝을 잡고
이 밤에 대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뭔가 꼭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난 이렇게 밤을 보내는 나날이 너무 불안하다. 그렇다고 개인의 발전을 위해 대단한 것들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글쓰기의 1차 목표도 채웠고, 글쓰기의 등가교환으로서 영어를 놓은지가 꾀 되었으며, 책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신문은 구독을 끊었으며, 이사짐을 챙겨야 하지만 하기가 싫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오늘 밤의 시간들은 평소 먹지도 않던 과자나 씹으며 보냈다.
생활이 완전히 붕괴 직전이다. 시간 꾀 지났다. 개인 생활이 이런데 회사 생활을 하는 걸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든다. 설마 개인보다 회사 삶을 정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혹한다. 주말에는 그동안 밀려 놓은 빨래를 드디어 정리했다. 8벌의 셔츠를 1시간 넘에 다려 정리를 하였다. 그 작업이 그 남아 내 삶을 복구한 유일한 작업 내역이었다.
아, 4년 넘게 쓴 휴대폰도 바꿨다. 길가를 지나다 마음에 드는 기종이 있다하여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SK만 쭉 써왔는데 KT대리점에 들어가서 왜 번호이동을 시키냐고 따지는 만행을 거쳐 새것 하나 장만했다. 계속 이것저것 챙겨주는 대리점 직원의 모습에서 분명 난 아주 손해보는 거래를 하였다고 느껴져 우울했다.
왜 지금 책을 펴기 싫고, 언어를 공부하기 싫을까. 성취감을 의심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이것 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는 의심이 들어서겠지. 조급함 때문이겠지. 언제 이렇게 하나씩 걸어나가 종점에 다달을까 조바심을 내는 것이라 진단하였다. 가슴 속에서 뜨겁게 끓어오를 것을 어서 찾아야겠는데 이건 니모와 도리를 찾는 게 아니라 갑갑해진다. 90년대 가수 솔리드는 '이 밤의 끝을 잡고'란 노래를 불렀다. 어디 가시가 살벌하게 돋친 밤송이 끝을 잡고 서라도 이 밤에 대체 뭘 해야 할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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