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날자
천재 작가라 불려지는 이상의 '날개'를 완독해 본 적은 없다. 이런 말은 솔직히 직무유기다. 국문학과를 선택했던 이유가, 교과서의 '중략'에 가려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서였다. 대학에 가면 다 찾아 읽겠다는 다짐은 거짓이었다. 이상의 '날개'도 마찮가지다. 줄거리를 알지만 그 내용은 정확히 다 모른다.(앞으로는 이러지 않기를)
하늘을 처다 보았을 때, 문득 가을의 하늘(가을 하늘의 특징은 설명할 수 없다만)이 찾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 하늘을 한 번 날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일었다. 그 욕심이 '날개'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다락방에 기거하던 주인공이 밖으로 나와 외친 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가을 하늘과 같이 내 마음의 하늘도 있다. 마음의 하늘을 한 번 날아보자고, 나름 퍼덕거렸지만 결과는 경미한 상처였던 것 같다. 하기사 높이 날지도 못했으니 추락도 어색한 생채기만 있었다. 다시 날아보고 싶은 내면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번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날개짓을 퍼득거리길 멈추지 않으련다. 이제는 정말 한번만 날아보겠다는 의지로 매달릴 것이다. 어서 할머니 점심을 챙겨드리고, 여행용 캐리어를 처음부터 다시 꾸릴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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