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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이모티콘 고르기

이모티콘 고르기


 네이버 카페 모임을 하면 마지막 중요한 선택을 해야한다. 이모티콘을 골라서 답글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히 '말그림'이라는 이 이모티콘을 난 무시할 수가 없다. 바야흐로 '그림으로 건네는 말'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남성 회원들은 안경을 쓰고, 별도의 헤어스타일링은 하지 않은 것 같은 남자 이모티콘을 선택한다. 여성 회원들은 그 아래 노랑 머리카락의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 이모티콘을 고른다. 모두 가장 왼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칸을 클릭하면 바로 보이는 인물들이다. 내 생각에는 남성 회원들은 단순히 가장 가깝게 클릭할 수 있는 '남자'를, 여성 회원들도 가장 가깝게 클릭할 수 있는 '여성'을 고르는 것은 아닌가 싶다.(이건 특별히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난 다른 이모티콘을 고른다. 가장 왼쪽 남자 중심으로 네 번째에 있는 남자를 선택한다. 짧은 헤어스타일이 나랑 비슷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22개 이모티콘을 아무렇게 막 선택하고 싶어한다. 이모티콘이 아깝기 때문이다.이것저것 선택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글을 게시한 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고 접는다. 내가 만약 아랫줄 11개의 여성 이모티콘을 고른다면 놀라거나, 장난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러다가 다시 11개의 남자 이모티콘을 본다. 아쉬운 게 몇몇 금지 아이콘이 보인다. 맨 오른쪽은 울고 있기 때문에 선택 대상에서 제외한다. 왼쪽 세번째 남자는 너무 맹해 보여서 제외, 여덟 번째는 여성 같아서 망설여지고, 그 오른쪽은 원숭이 같아서 손오공이 떠오른다. 열 번째 흑인은 난감 그 자체다.


 요즘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다 보면, 이모티콘의 향연 그 자체다. 자신의 감정을 말 보다 이모티콘으로 전달한다. '부탁한다'라는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엉덩이를 흔들고 하트를 쏘는 이모티콘을 보면 난감하지만 즐겁다. 그래서 '수락'한다는 답장을 보낸다. 말 보다 그림의 메시지가 중요해 진 느낌이다. 처음 네이버 카페를 하였을 때 내가 놀란 것은, 회원들마다 고유의 아이콘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분들은 나처럼 11개의 남자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 고유의 이모티콘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작은 이모티콘 하나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다시 11개의 남자 이모티콘을 자세히 본다. 그리고 나름의 기준과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영광인 줄 알아라!) 맨 오른쪽 우는 남자는 슬픈 글에 공감을 할 때, 그 옆에 흑인은 멋진 스타일리쉬 글에, 가운데 남자들은 함께 공감하고 웃음짓는 글에 써 보자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정말 오른쪽에 세 번째, 저 손오공은 대책이 없어 보인다.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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