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것들은 구운몽도 안 봤나
조선시대 작가 김만중이 지은 '구운몽'이란 고전 소설이 있다. 작가가 유배를 갈 때, 홀로 계실 어머니의 적적함을 달래 드리고자 단 하루만에 써서 전해 드린 소설이라 한다. 이런 이야기의 분량을 단 하루만에 쓰다니. 분명 있어보이기 위한 허위보고로 짚어 넘겼다. 어쨌든 소설의 줄거리는 인생은 무상하니 몸과 마음을 정진하고 살라는 불교적인 가르침이 베어 있다.
육관대사라는 스님의 제자로 성진이 있는데, 어느 날 스님의 심부름 차에 만났던 팔선녀와 썸을 타게 된다. 그 썸만 생각하다 불법을 닦아 뭐하냐는, 뭔가 대학원생들이 진리를 파면 뭐하냐는 생각을 비슷하게 하여 스승이 열받게 된다. 그리하여 성진과 팔선녀를 현세로 추방한다. 그리하여 현세에 성진은 '양소유'로 태어나게 된다. 과연 '소유'라는 이름에 걸맞게 , 입신양명하여 관직을 얻고 여자로 환생한 팔선녀 모두와 차례차례 결혼을 한다. 2처 6첩을 거느린 장면을 보고 일처다부제의 허망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는 잘생기고 힘있는 남자에게만 유리한 제도임을 대변해 준다.
결국 늙어버린 양소유는 자신의 인생에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 때, 육관대사가 나타나 설문답이 시작되고 결국 양소유는 삶의 유한한 제약과 '소유'에 집착하는 쾌락적 삶에 반성한다. 그 순간, 양소유가 아닌 성진은 자신이 꿈에서 깨어났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한낱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육관대사가 이르렀던 말이 바로 '호접지몽 장주지몽'이다.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가 깨었는데, 막상 꿈에서 깨어나보니 자신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꿈과 현실이 다른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라는 말로 삶의 무상한 것이니 세속에 벗어나 불도에 정진하라 한다.
요즈음 유명인들의 엽기적인 성폭력 사건을 들을 때마다 경악 이상의 거친 말만 내뱉게 된다. 화장실이 뭐 좋다고, 자신의 신분을 앞세워 성폭력을 행사한 정신병 환자가 있는가 하면, 온 국민의 기대와 응원을 받고 있는 스포츠 선수마저 야구 방망이로 우리의 정신을 쳐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이야 최정상에 서 있겠지만 그것의 소유가 인생의 전부이겠는가. 성적 욕망마저 단순히 물질로서 손에 넣으려 했던 일탈적 행동이 결국 그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그저 '뤼것들은 중.고등학교 때 구운몽도 안 봤냐!'라 뭐라 하고 싶다. 이래서 옛 어른의 지혜가 모여진 '고전', 클래식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하기야 나도 구운몽을 완전히 소설로 보지는 못했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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