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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엄마와 여자친구의 첫만남

엄마와 여자친구의 첫만남


엄마와 여자친구와의 첫만남 3시가 전까지, 솔직히 그랬다. 별 거 아니라고. 별 거 아니라 생각해서 여자친구가 자꾸 뭘 말할건지 묻는 질문이 귀찮았다.

여자친구의 직업에 빗대 정 불안하면 교안이라도 작성해 보라고 퉁쳤다. 그런데 정말 그게 아니었다. 친목회 결혼식을 계기로 서울에 온 엄니께서 만남을 먼저주선하셨던 것을 너무 흔쾌히 수락했다, 고 엄마를 찾아가는 지하철에서 내내 생각했다. 특히, 첫 만남의 어색함을 식사로 달래려 했는데, 엄니는 이미 결혼식 점심을 먹은 상태였다. 결국, 건대 근처에 여친이 자리를 잡아 놓고, 내가 엄마를 모셔서 보기로 했다. 카페에서의 첫 만남이라 여간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후 3시 즈음, 카페에서 엄마와 여자친구의 첫만남이 그렇게 성사가 되었다. 엄마는 만나서 반갑다고 했고, 여자친구는 엄마와 내가 원하는 커피를 시키려 바삐 움직였다. 난 고민할 생각도 없이 일단은 엄마 옆에 앉았고, 엄마와 여친이 바로 마주보는 구조가 되었다. 커피를 시키러 간 사이 엄미는 화장실을 갔다 왔고

세 명이 다시 한 자리에 앉자 어색함이 다시 돌았다. 순간 진동벨이 울려 여친이 자리를 잠시 피했다. 그 순간만큼 커피 진동벨이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는데 진짜 할 말이 없었다. 교안이라도 짰어야 했나 싶었다. 어색함은 커피와 케익을 홀짝 거리며 무마했다. 엄마는 만나서 반갑고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만남을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친은 어머니가 생각보다 정말 미인이라 놀랐다 했다. 몇몇 사진으로 봤던 어머니 모습보다 실물이 정말 미인이라 했다. 정말 여친은 엄마와 헤어지고 나서도 이 이야기를 강조했다. 지갑과 휴대폰의 사진부터 바꾸라 하면서 말이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가 내 어렸을 적 이야기를 몇 건 했다. 특히, 6살 때 웅변학원을 보낸 이야기를 했었는데, 신기한게 내가 생각했던 그 기억이 엄마의 관점으로부터 들으면서 참 새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는 날 웅변학원에 보내면서 나름 많은 고민이 있었고,몇몇 부분들은 내 기억과도 달랐다.

하나의 일을 서로의 카메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간 거의 없었던 일이다. 예전에 그 때 그 일이 있었잖냐.. 라는 식으로 시작하는 대화를 난 부모님과 거의 한적이 없었다. 


나중에 여자친구는 엄마가 내 어렸을 때의 영특함을 기쁘게 말하는 것처럼 느꼈었다고 했다.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그녀가 만약 부모님이 있어 이런 자리가 있었다면, 분명 그녀의 자랑스런 어렸을 적 모습을 내게 이야기 했을 것이라 했다. 부모의 부재가 있는 그녀의 한 켠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난 살짝 안아줬다.


어머니를 터미널에서 바래다 드리고, 우린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또 보자는 카톡을 보냈다. 집에 돌아가서 분명 아빠와 큰 고모를 비롯한 많은 분들과 오늘 일을 협의 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