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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안경의 코받침 패드를 고치다

안경의 코받침 패드를 고치다



벼르고 별러 안경의 코받침 패드를 수리하러 갔다. 여자친구는 거의 6개월이 지난 것 같고, 내것 또한 한 쪽이 빠졌었다. 지금에서 고쳤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안 고쳐도 무방했다는 뜻이다. 한 쪽 패드가 없어도 안경은 생각 외로 흘러 내리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안경테도 비대칭하기도 하고, 정상이 아닌 비정상은 바로 잡아 고쳐야 하니 동네의 안경점을 찾아갔다. 원래는 구입처인 홍대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안경사는 두 개의 안경을 뚜닥거리길 5분 정도 지나서야 수리된 안경을 줬다. 수리라고 해봤자 부품 첨부이겠지만 말이다. 자기네 가게에서 샀냐길래 아니라고 자수를 했다. 그러더니 웃으면서 총 2개의 수리비 4천원을 달라고 하였다. 안경을 써 봤는데 패드를 붙여 정상화했다는 것보다 안경사의 섬세한 안경 닦이 솜씨에 감동을 하였다. 처음엔 그랬다.


코받침 패드가 쌍으로 작용하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으니 의외로 안경이 잘 받쳐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안경이 코를 잘 잡아주니 왠지 콧대가 높아진 이상한 기분까지 들었다. 여친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확실히 안경이 흘러 내리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사소하지만 이 좋아지는 걸 여태 안 고치고 있었다니 후회까지 약간 들었다. 이게 뭐라고 말이다.


이게 뭐라고 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얼마 전 수리한 컴퓨터 ssd는 노트북을 아예 새로운 모델로 만들어 주었다. 진즉 이러고 살았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급했다. 보너스로 컴터가 깨끗하게 되었다. 15년 동안 입던 패딩도 이월 상품으로 새로 샀다. 퇴근 후 돌아오면 땀이 난다. 10년이 된 지갑도 바꿨다. 결재를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오래된 것, 진즉에 수리를 했어야 했던 것, 바꿔야 했던 것들을 바꾸고 나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진즉 했어야 할 것을 더이상 묵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살짝 해 봤다. 물론 이제는 돈을 질러보는 삶을 사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말이다. 단, 위험한 생각도 잠시 든다. 멀쩡한 것까지 다 바꾸고 싶어지지 않을까 한다. 당장 오늘 멀쩡한 보조 배터리를 보고서 아이언맨 보조 배터리로 바꾼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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