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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란 말 참 좋지요/그렇게 활자를 읽은 것

[엄기호]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우리 모두가 두더지가 되자는, 엄기호 작가의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중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때문에 의미가 생긴다.

    파스칼의 통찰을 빌리자면, 성스럽기 때문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으니까 성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관계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아니라 의례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다. 의미의 공동체가 아니라, 의례의 공동체, 몸의 공동체가 더 오래간다.

    삶은 의미가 아니라 무의미안에서 의례처럼 반복된다.

 

상상력 인간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힘으로서, 그저 '재미난 발상' 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따위가 아니다. 이런 상상력은 자본주의에서 흘

   러 넘친다.

   그러나 상상이란 바로 내 존재 자체를 낯설어 바라 볼 수 있는 힘이다. 삶은 죽음의 관점에서 통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근원적이고

   심원한 상상력이다. 상상을 통해 우리는 역지사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타자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상상을 통해 바깥의 자리에 스스로를 위차하도

   록 강제하고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파국이라는 시간이다. 파국이야 말고 인간에게 가장 철학적인 시간을 연다.

 

파스칼은 인간은 자신이 바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참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삶을 옹호하자. 삶의 끈질김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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