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제목이 도서 판매의 절반은 좌우하는 것 같다.
개인주의자 선언이라.. 응당 제목하는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롤로그의 인간 혐오라는 말도 상당한 끌림이 있었다. 구매에 주저함이 없었다.
우리는 종종 개인주의자와 이기주의자를 혼동하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나 또한 개인주의자를 꿈꿔 왔다. 단 꿈에만 그쳤다. 남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비춰진 내 모습만 중요시하였다. 당연 그들의 평가와 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 중심의 뭔가를 하기를 항상 망설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일도 있다. 커피숍에 가서, 의자에 앉아 가방 놓을 자리를 고민하게 된다. 혹시나 가방을 내 옆 의자에 놓으면 다른 누군가가 앉을 사람이 부담스러울까 걱정이 된다. 걱정도 참 팔자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책에는 개인주의자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잘 드러나 있다.
ㅇ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중고등학교 때 지루하게 배우던 로크, 밀, 몽테스키외, 루소 등의 이름과 함께 나오는, 지금의 서구식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다는 그 개인주의 말이다.
ㅇ 왜 개인주의인가.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다층적 갈등구조의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이 당신을 영원히 보호해주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ㅇ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정말 명쾌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인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는 서두에만 나오고 그 이후의 내용은 작가가 생각한 우리사회의 나아갈 길, 개인적인 단상과 고민, 방향 제시이다. 그래서 부제로 '일상유감'이 붙은 것이리라.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마지막 글쓴이의 말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가야 하는 방향을 종합하여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왜 감동하는가' 이후의 좋은 책을 또 하나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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