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을 통한 내 삶 바라보기
라틴어에 대한 나에 단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대학 강사로 일을 하고 있는 친한 형의 목표리스트 중 라틴어 배우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라틴어가 무엇이냐. 저자가 말을 하듯이 사람들은 고상하고 있어 보이는 대상으로 라틴어를 접한다. 나 또한 그랬고 형님께서 여러모로 간지있는 공부만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강동원이 주연한 '검은 사제들'의 라틴어 주문이다. 강동원이 악령을 쫓는 저 중요한 의식에서 행여 라틴어를 잘못해 망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걱정했다. 그는 사제들 중 노는 축에 속했으니까. 어찌되었든 강동원이 십자가를 허공에 그으며 내뱉는 라틴어들이 제법 있어 보였다.
이 두 단상을 떠올리며 라틴어 수업이란 책을 골랐다. 소제목이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재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라틴어 교재가 베스트셀러일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성격은 견적이 나왔다. 라틴어 수업을 통하여 저자의 내면 이야기를 우리에게 털어 놓는 작업일 것이었다. 나름 내 생각이 맞았으나 제법 그 깊이가 상당하였다.
이 책을 잘 사용하면 아마 카톡 프로필 대사는 멋지게 사용할게 많았다. 역시 간지는 라틴어라는 생각이 들 만큼의 멋진 말들이 많았다. 난 책에 쓰인 라틴어 발음은 물론이고 그것을 읽을 수 있도록 달아 놓은 한국어 발음도 읽지 않았다. 어차피 영어 공부도 개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라틴어 공부는 불가항력임을 잘 안다. '아, 라틴어에 이런 게 있네' '라틴어만 알면 왠지 유럽 쪽 언어들은 씹어 먹을 있겠네'이런 생각만을 하며 가볍게 지나쳤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공부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 우리말로 하면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라 한다고 한다.
- 공부하면서 맞닥뜨리는 슬럼프나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쉽게 좌절시키죠.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고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있어요. 이 부담감 도한 우리를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 공부를 항상 열심히 할 수만은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이건 당연한 사실이에요.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아서 집중이 잘 되고, 그러면 목표를 넘어서는 성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힘껏 노력했음에도 전혀 그렇지 못한 날도 있는 법입니다. 상반된 두 날은 각각 별개인 날들이 아니라 공부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생기는 리듬이고 흐름입니다. 하루의 결과야 어떻든 우리는 그날그날 최선을 다한 것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죠. 중요한 건 그 모든 과정을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꾸준히 자기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 공부는 매일 열심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따뜻한 위로이 말들이 책에는 가득하다. 아울러, 혹자는 이 책을 접하고 라틴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라틴어는 배우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세우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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