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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스켈링 치료를 받으며

 스켈링 치료를 받으며

 

 평생에 한 번이라도 다시 가기 싫은 곳을 꼽아보면 군대와 치과는 꼭 뽑히지 않을까 싶다. 군대야 전역이란 단어가 있지만 스켈링을 위해서 치과는 일 년 중 한 번은 꼭 간다. 주관적으로 생각해봐도 내 치아 관리 상태는 영 아니올시다다. 앞니 2개 옆에 덧니가 있어 발음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 또한 유년기의 게으름때문인지 아말감이 치아 곳곳을 뒤덮어 놓았다. 평소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싫어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스켈링 치료를 위해 '아~' 상태로 20분이나 누워있어야 했다. 어렷을 적 치과에서 겪은 그 숱한 고생은 헛거였다는 생각과 함께 치료가 시작되었다.

 

 스켈링 치료를 자주 받으니 의사마다 하는 스타일도 분류가 된다. 형식적으로라도 치아 상태가 어쩌네 저쩌네 한 말이라도 해주는 의사도 있고, 아예 치료에만 집중하는 의사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싼 맛에 스켈링을 2번 받았었다. 당시 고려인 의사는 별 이야기 없이 혼자 스켈링을 진행하였다. 한국은 간호사가 석션(?)인가 뭔가를 보조해 주지만 그 고려인 의사는 자기 혼자 척척해냈다. 신세상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대개 듣는 말은 똑같다. 치석이 생각보다 많고 잇몸이 많이 부어 있다는 것이다. 왠지 시무룩해진다.

 

 기계가 치석을 제거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 가뜩이나 허약한 내 이가 갈리는 기분이 든다. 고통도 상당하다. 온 몸이 경직되고 나도 모르게 입을 오므린다. 다시 '아~' 하라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신기한게 여태 스켈링 치료를 받으며 의사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이 고통에 지지 않겠다는 듯 입을 더 크게 벌린다.  더 이상은 한계라는 시점에 맞춰 가글 시간이 돌아온다. 물을 행궈 뱉으면 예의 피가 섞여 있다. 다시 고개를 의자에 기댄다. 나도 모르게 다시 몸에 힘이 들어간다. 다 지나가는 것이라 마음을 다잡는다.

 

 치료가 끝났다는 말이 무섭게 물로 입을 챙구고 혀로 치아 구석구석을 살핀다. 거울에 보니 치석이 제거된 치아들에게 평화가 찾아 온 것처럼 보였다. 이제 보험이 되어 비용 또한 1/5로 줄었다. 고통의 시간을 참아낸 보람은 나름 쏠쏠하였다. 6개월에 1번 스켈링이 권장사항이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치과를 찾는다. 고통을 참으며 치아를 관리하듯, 인간관계도 관리하고 정신 건강도 확인하며 살아야겠다고 얼핏 생각했다. 당연히 스켈링을 하였으니 저녁 먹고 바로 양치질을 하였으며 가글액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가히 치아 관리에 관해 군기가 바짝 들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스켈링 치료가 준 덤이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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