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증후
우즈베키스탄에 갔다 온 이후, 약 4년 동안의 시간 속에서 몸무게가 10Kg이나 늘었다. 그런 계산을 받고 나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살 안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폭식과 숨쉬기 운동에 장사가 없었다. 당시 허리가 27사이즈도 가능했는데 이제는 30사이즈는 요원하기만 하다. 먹고 나면 배가 볼록 나온다. 옆자리 과장님은 나이 앞에는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소설가 김상혁은 인간은 결국 시간 속에서 소멸해가는, 스스로를 상실해가는 존재들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몸은 소멸의 징후를 그대로 보여 주는 좋은 전광판이라 하였다. 나이가 들면 뼈는 삐걱거리고 어디선가 시간의 살덩이가 날아와서 몸에 덕지덕지 달라 붙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한다 하였다. 그럴 수록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몸을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고 말했다.
몸에 아픈 곳도 생기고 체형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순히 소멸해가는 세월 속에서 내 모습을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예전에 참으로 슬픈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뜨거운 것은 결국 식는 것이기에 사랑 또한 변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우리 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인정은 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소멸의 증후를 슬기롭게 받아들이는 방법 또한 삶을 이해해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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