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카톡을 보내왔다. 유로 2016하고 코파아메리카 2016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냐고 물었다. 고민도 없이 답했다. 당연히 코파 아메리카라고, 적어도 약자가 강자에게 승리하는 스포츠의 정의(?)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축구팬은 아니지만, 근래에 볼 만한 축구 시합이 연일 나와서 행복하다. 유럽의 축구 월드컵이라는 유로 2016과 아메리카, 남미 지역의 축구 월드컵 코파 아메리카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대도 참 좋다. 저녁 10시에 한 게임, 좀 기다리면 새벽 1시에 한 게임 더, 여기에 눈 비비고 버티면 새벽 4시에 16강 예선전이 열린다.(이상하게 꼭 빅매치는 새벽 4시다) 간간히 미국 메이저리그 좀 보다가 코파아메리카가 아침 8시쯤 나온다. 직장이 있어 다행이지 폐인되기 딱 좋은 여름이다.
두 대회 중, 그래도 영국 축구리그를 좀 봐서 익숙한 선수들이 나오는 유로 2016 경기를 보곤 한다. 예선전이 한참이지만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기절시킨 2012년 한.일 월드컵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변이라곤 아직까지 딱히 없다. 축구 실력이 신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두 번 연속 비긴 게 이변이란다.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등 태어날 때부터 축구만 한 것 같은 전통의 강호들이 계속 이기고 있다.
반면 코파 아메리카는 예선부터 브라질이 떨어졌다. 브라질이 어느 팀이던가. 초등학교 때부터 오락실에 축구게임만 하면 다들 자기가 고르려고 했던 팀이다. 국기의 동그라미를 축구공으로 하자는 국가가 예선전도 통과하지 못했다. 호날두, 메시의 신계에 도전장을 내민 축구선수 수아레즈의 우루과이도 예선 탈락을 하였다. 예선전의 최고 강팀이라 불리웠던 멕시코가 칠레에게 7:0으로 졌다.(고맙다. 우리나라는 친선경기에서 스페인에게 6:1로 졌는데) 모든 스포츠만 잘하는 데 유독 축구에만 저주가 내렸다는 미국이 4강에 올라가 아르헨티나와 붙게 된다. 바야흐로 스포츠란 이래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전쟁의 폐허에서, 이 나라가 100년 이내 일어선다면 그것은 쓰레기통에서 꽃이 피는 기적이라고 말해지던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그것을 해낸 한국인들은 노력하면 성공하고, 약하지만 끈기로 이뤄낸 성공 스토리에 환호한다. 그것이 요즘은 절대로 그럴 일 없다지만, 어쨌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로 표현된다. 스포츠에선 축구가 보여줄 수 있다. 야구를 봐라, 투수하기 놀음이다. 무쇠팔 최동원은 한국시리즈 전 경기에 등판하여 롯데의 승리를 안겼다. 단판 경기에서 에이스 투수만 있으면 승률은 70%를 넘어간다. 배구도 똑같다. 한 사람이 50점을 득점하는 게 요즘 배구판이다. 축구는 아무리 신계 선수가 있다 한들, 만수산 드렁칡이 얽힌 것처럼 떼로 몰려 막아내면 그런대로 골은 안 먹힌다. 축구공이 유독 둥근 이유다.
독일이 폴란드에 이겼다는 소식에 감상에 젖었다.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져주기 요구도 묵살하고 승리를 했다는 폴란드 이야기를 만화로 봤던 기억때문이다. 다시 그 스토리를 원했었는데 아쉬웠다. 터키가 스페인에게 3:0으로 속절없이 지는 경기를 봤다. 그러길래 왜 아시안 게임에나 참가하지 유럽에 껴서 저 고생일까 싶었다. 서양과 동양사이의 정체성을 어서 찾으라고 속으로 말해줬다. 독립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웨일즈가 잉글랜드에 졌을 때도 슬펐다. 정녕 축구에서도 개천에서 골 넣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았다.
이제 절망의 시대의 희망은 단 하나다. 미국이 축구의 신이 버티고 있는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이기는 것이다. cheer up America, 이제 나도 영어공부 열심히 할게......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 > 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의 후예 (0) | 2016.06.20 |
---|---|
바보야, 문제는 방향이야 (0) | 2016.06.19 |
관계의 직무유기 (0) | 2016.06.18 |
소멸의 증후 (0) | 2016.06.17 |
파리 잡을 때 스커드 미사일을 쏠 필요 있을까 (0) | 2016.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