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잡을 때 스커드 미사일을 쏠 필요 있을까
대학교 4년 2학기를 다닐 수 있었던 유일한 희망은 학과에서주는 전액 장학금이었다. 한자능력시험 최고 등급에게만 주는 장학금이었다. 당시 교수회의에서 선생님들끼리 이런 말이 오갔다고 조교 형이 전해줬다. 지금까지 이 장학금은 거의 시험점수 만점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받아왔는데, 어찌 최장호만은 턱걸이 점수로 자격증을 땄냐(150점에 125점만 넘으면 합격이니 난 딱 128점으로 합격했다.) , 타의 모범이라 할 수 있겠느냐, 이번만은 장학금을 유예시키자 등등의 오갔다고 했다. 결국 받긴 받았고 그걸로 4학년 2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 남들은 다 이해했다. 평소 파리 잡을 때 스커드 미사일을 쏠 필요는 없다는 내 신조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결과에 만족을 하고, 행복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헬스장에 다닐 때다. 당시 헬스 관장은 180Kg의 역기를 들으려고 했다. 양 방향에 보조인원 2명이 도와줬다. 순간 헬스 관장이 비명을 지르며 역기를 들어 올렸다. 그 단발마가 헬스장을 얼어붙게 했다. 저렇게 딱 1번 180Kg를 든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남들이 슬쩍 도와줬는데 말이다. 꼭 시험보면 그런 애들이 있다. 2~3개 틀려서 안도하고 있는데, 1개 틀렸다고 우는 전교1등 말이다.
이러한 나의 신조가 요즘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 발단은 스쿼시에서 같이 게임을 치는 어떤 남자 때문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레슨을 받는데 정말 암 유발러다. 1:1 게임을 뛰어 지는 사람은 빠지는 게임을 하면 죽어라 이길려고 강력한 스매쉬를 때린다. 나도 열받아 때린다. 주로 내가 지는데 심지어 여자친구 조차 너무 강한 거 아니냐고 볼맨소리를 한다. 여자가 다른 사람한테 져서 빠지게 되면 뭐라고 한다. 보는 내가 다 숨이 막힌다. 다함께 어울려 치는 연습 게임에서 저렇게 이기려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그러다 문득, 계속 그 남자에게 밀리게되자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적당히 하니까 무시를 받게 되고, 스포츠를 통한 인격 수양은 삼미슈퍼스타즈로 족하면 될 것 같았다.
발단이 절정에 이르게 된 계기는 철학자 '강신주'의 강의를 듣고 나서다. 꿈을 포기할 때는 반드시 꿈을 이루고 포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이거 구나' 싶었다. 그래야만 훗날 후회가 없다고 하였다. 지금도 수능때만 되면 가슴이 먹먹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만점은 400점이었지만, 내 목표는 300도 대박이라 여겼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교는 실질적으로 형편이 어려웠다. 진즉 지방대 쪽으로 목표를 삼았다. 그러나 동생은 무조건 서울로 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집안 형편도 무시하는 철없는 행동이라 경멸했다. 그런 동생이 결국 장학금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을 보고 느낀 충격은 형언할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하기 전에 스스로 나를 옭아 맸다.
회사일에서도 '이 정도는 해 줘야지'하는 시선들을 느낀다. 20대에 했던 후회를 30대에 다시 재생할 수는 없다 다짐한다. 파리 잡을 때 스커드 미사일을 쏘는 것은 분명 혈세 낭비다. 단, 그 정도로 반드시 파리를 잡겠다는 의지는 다른 문제라 생각되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최선과 최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은 분명 때깔부터 다를 것 같다. 한 번 딱 쏴보자. 일단 글쓰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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