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홍대근처의 북카페에 갔다.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이 카페는 책들이 가득차서 좋다. 커피값은 비싸지만 오전 시간대에는 그 반값에 차를 내준다. 오늘도 휴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 계획이 조금 어긋났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오전에 가고 말리라.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줄 여친구하기 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도 운이 좋아 오늘은 빨리 자리를 얻었다. (시크릿의 힘)
예전에는 몰랐지만 자리구하기 어려운 이유가 카페 죽돌이 죽순이 때문이라 폄하하였다. 이 생각이 틀렸음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일부는 단순히 공부를 위해서 온다지만(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정말 책돌이 첵순이, 거기다가 책커플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옆에 앉았던 책 커플은 향후 내 롤모델로 삼고 싶다.(어디까지나 연애를 다시 하였을 때의 가정이다.)
이들이 오기 전 여자 2명이 있었다. 그들은 앉자마자 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라~ 수다가 아니라 각자 책이었다. 휴대폰을 보는 것도 아니었고 가져온 책을 그냥 자연스럽게 읽었다. 나름 신선했고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아는 사람끼리 그냥 책만 보는 장면은 서로가 뭔가 있게 보이게 끔 하였다. 소셜다이닝 클럽에서 서로 책만보고 끝나는 모임이 생각났다. '섬띵 없는 모임이 재미나 있었어'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런 모임을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그 다음에는 한 커플이 교대를 하였다. 이 커플도 자리에 앉더니 서로 책만 읽기 시작했다. 오! 내 이상적인 데이트였다. 남자는 무라카리 하루키의 책을, 여자의 책은 보지 못했지만 옆에는 그램책 비슷한 것을 놓았다.
시간이 꾀 흐른뒤
남자: 7시 30분까지 있다 가자
여자: 좋아, 나도 이 책 다 읽을 것 같다.. 그런데..
남자: 왜 그래?
여자: 이 그림책도 읽고 가면 안 될까. 시간은 될 것 같아
남자: 책 진짜 빨리 읽는다, 나도 빨리 읽는 편인데.. 알았어.
음.. 뭐랄까.. 서로의 취미를 책으로 공유히는 것. 멋있고 내가 실제로 원했던 것이 이상적인 것만은 아닌 것을 알게 해주었다. 오늘 읽은 조윤범 선생의 책에서 이런 글귀가 있어다.
연인이 평생을 함께 지낼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자 자양분은 '다양한 취미를 서로 공유하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북카페에서, 혹은 그 어디에서 함께 또는 다른 책을 읽는 취미를 가진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싶다.란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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