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마시려 하니 정수기에 물이 없었다. 선택은 두 가지. 반대편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새롭게 갈거나.
내가 이 아침에 물을 교체한다면 여자 인턴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행복해 지겠지라 생각했다. 허리는 중요하니 일단은 앉았다. 다리 힘으로 들려는 순간(매번 그렇게 하였으니까) 엉덩이의 가운데 계곡에서 방귀 소리 비슷한 빠지직 소리가 났다.
아뿔사.
바지가 찢어졌다. 그것도 심각하게. 이른 아침 사무실에는 직원 한 명. 내 바지가 찢어졌음을 알리기 말라 하며 조심히 화장실로 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상황은 심각했다.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가뜩이나 일도 많아 일찍 왔지만, 이 시간을 주변 바지 가게를 찾는 데 허비하였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엉덩이를 아시아나 담요로 덮었다. 나름 80년대 유행하였던 난방 허리 걸침 패션이었다.이리저리 검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바지 한 벌 사는 데 이리 힘드나 였다.
더군다나 갔다 올 시간도 만만찮았다. 점심 먹고 가자니 그동안 멘붕 상태에서 오전일을 할 것이고, 바로 가자니 오전 일도 있고 옷가게 문을 열 시간이 아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문제 상담이었다. 차장님께 네이트온으로 사정을 알렸다. 바지사러 갔다 오겠다고 말씀드리니, 출근 도장 찍었으니 갔아 오라는 것이었다. 오전 중 중요한 일과가 편의점에서 오후 회의 준비 다가 사기였다. 인턴을 데리고 편의점에 갔다. 물론 엉덩이는 아시아나 담요, 웜그레이로 가린 상태로 말이다. 자연스럽게 물건을 사고, 인턴은 올려 보낸 뒤 고속터미널로 옷을 사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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