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이 수면 내시경을 하지 않는 이유
부서 회식의 자리였다. 주제가 잠시 회사의 건강 검진 이야기로 넘어갔다. 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자신은 수면 내시경을 하지 않는다고. 수면 내시경을 하여 행여나 일어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하였다. 자신이 일어나지 못했을 시, 자식들을 책임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그런 생각 때문에 마취가 없는 내시경을 선택한다고 한다.
내가 처음으로 위 내시경을 했을때가 떠올랐다. 억억 소리에도 간호사는 호스를 입으로 마구마구 집어 넣었다. 내 식도를 타고 넘어가 괴상스런 호스가 위를 비쳤으나 그게 위인지 헬로코박터 균인지 알리가 있겠는가. 그거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또한 이 저주스런 내시경 말고 편하디 편한 수면 내시경이 있단 사실을 알고 얼마나 열이 났었는가. 그 뒤 고구마 쌀뜬물과 같은 이상한 물을 먹고 또 먹어 진찰은 대장 내시경 이후 난 수면 내시경만을 받고 있었다.
부장님이 수면 내시경을 하지 않는 이유, 한 가정의 가장 다웠다. 난 절대 못한다. 가장이고 뭐고 그 억억대던 순간의 전율에 몸소리칠 뿐이다.
반응형
'연필의 키가 작아질수록 > 생각을 모음과 자음의 만남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치기를 저지하다 (0) | 2018.05.24 |
---|---|
이 밤의 끝을 잡고 (0) | 2018.05.16 |
다음 인생도 나와 함께 (0) | 2018.05.07 |
여친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들 (0) | 2018.05.07 |
나를 떨어뜨린 회사들에게 감사한다 (0) | 2018.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