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를 저지하다
K와 실컷 삼겹살을 먹고서 후식으로 버블티를 먹으러 갔다. 강호의 도의에 따라 삼겹살을 그가 샀으니 버블티는 내가 냈다. 주문을 위해 카드를 들고 ORder 앞에 서 있었다. 유독 주문이 늦었다. 사람들이 한 둘 내 뒤와 앞에 붙이 시작했다.
특히 내 옆에 여자와 어린아이가 신경을 약간 거슬리게 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선생과 제자의 관계였다. 휴일이었으니 과외 선생이었으려나. 암튼 커피값이 비싸네 마네 사주는 입장에서 애한테 할 소리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주문이 오기를 기다렸다.
선주문 버블티를 만들다 여유가 생긴 점원이 왔다. 순간 그 여자가 카드를 디밀려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 당당함은. 난 목소리를 가다듬고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카드 바꿔 제 것 주문부터 받으셔야 해요"
그 여자도 무안했는지 카드를 회수했다. 뻔히 내가 먼저 온 것을 알고 있었는데 주문을 먼저 하려 했다. 미친 것. 짜증이 하늘을 찔렀지만 그냥 넘어갔다. 자리에 앉아 K에게 여자 뒷담화를 하는 것으로 화를 삭혔다.
순간, 서점에서 봤던 책이 생각났다. 싸가지 없는 것들 때문에 직접 작가가 책을 썼다는 예의범절 지키기라는 책 말이다. 살다살다 줄 서서 주문하는 것에서 예의가 필요하다고 할 줄이야.
그래도 내심 그 순간을 참지 않고 말을 하였던 것에 스스로를 대견해 한다. 토닥토닥,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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